[생생확대경] AI와 일자리 경쟁보다 더 무서운 것

챗GPT가 몰고온 AI 돌풍…진일보한 기술에 경탄·기대
'창작도 가능' AI에 위협받는 직업 리스트 만들어져
범죄 악용 등 부작용 우려도…제도적 울타리 논의 필요
  • 등록 2023-05-02 오전 12:02:00

    수정 2023-05-02 오전 12:02:00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한 20~30년쯤 뒤엔 ‘근로자의 날’이 없어지는 거 아니에요? 인공지능(AI) 사원이랑 대리가 일 할 텐데 기계는 쉴 필요도 없잖아요.”

최근 지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던 중 근로자의 날(5월1일) 휴일에 무슨 계획이 있는지를 묻다가 나온 이야기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AI와 경쟁하지 않아도 돼서 운이 좋았다며 웃어 넘겼다. 하지만 AI와 경쟁해야 할지도 모르는 다음 세대에겐 그야말로 생계가 걸린 문제다.
(사진= 픽사베이)


인간이 AI와 경쟁하는 세상이 훌쩍 다가온 것처럼 느껴진 것은 지난해 말 오픈AI가 개발한 AI챗봇 ‘챗GPT’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사람들은 처음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세돌 9단은 이겼지만 바둑밖에 못 두는 ‘알파고’, 정해진 기능만 수행하는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시스템, 질문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각종 AI챗봇을 익히 겪어본 탓이다.

하지만 챗GPT는 달랐다. 사람과 매우 유사한 말투를 구사하는 것은 물론 농담과 철학을 이해하는 듯했고, 상상이나 가정을 전제로 한 물음에도 곧잘 대답했다. 예상을 가뿐히 뛰어넘는 챗GPT의 ‘실력’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술에 대한 경탄과 기대감을 안겨줬지만 머지않아 공포감도 퍼져 나갔다.

우선 몇몇 직업에 대해서는 미래에도 존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회계사, 수학자, 통역사, 단순 사무직, 정략적 분석가 등이 첫 손에 거론됐으며 챗GPT가 논리적인 글은 물론 소설까지 척척 써내자 기자와 작가의 전망도 위태로워졌다. 작곡이나 그림 그리기에서도 챗GPT는 상당한 수준의 성과를 보여줬다. 물론 AI가 할 수 있다고 해서 그 직업이 바로 없어지는 건 아니다. 많은 경우에 기술은 작업의 효율성을 높여주거나 전문적인 업무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줄 공산이 크다.

AI와 함께 하게 될 미래에서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보다 더 무서운 부분이 있다. 바로 AI의 발전이 우리 사회에 미칠 수 있는 각종 악영향과 기술의 남용이다.

AI가 거짓 정보·획일화된 정보를 퍼뜨릴지도 모르고, 잘못된 편견이나 차별을 조장하거나,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으며, 개인정보나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금 더 근본적으로는 AI 만능주의에 따른 창의력·사고력의 고갈, 인간관계의 단절과 인간성 상실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AI 윤리와 규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이유는 이 막연한 공포와 맞닿아 있다. 일이 벌어진 다음엔 늦으니 예상되는 부작용과 범죄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선진국인 미국은 상원에서 AI 규제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며, 담당 부처에서도 AI의 윤리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규칙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AI 개발 기업이 학습에 이용한 데이터의 출처와 저작권 등을 공개할 것을 의무화한 규제안 초안을 마련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 사람 중심, 투명성, 책임성, 독립성, 차별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AI 윤리기준을 발표했지만 강제성이 없고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다. 최근의 논의는 AI 윤리나 규제보단 기술경쟁에서 뒤처져선 안 된다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AI 윤리와 규제를 다룬 법안도 발의돼 있으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적절한 가이드라인과 규제는 기술의 발전과 사회 진보를 촉진할 수 있다. 미래 경쟁력으로 떠오른 AI 기술 혁신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신뢰성·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울타리 마련도 함께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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