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대란 오나]"여전한 섀도보팅 빈자리"…의결권 대행업체 특수

정족수 부족 안결 부결 상장사 섀도보팅 전 9곳→지난해 238곳
대행업체, 신고·허가제 아니라 수수료도 부르는 게 값
"최대주주 의결권 강화되지 않는 한 매년 반복될 것"
  • 등록 2021-03-08 오전 12:04:00

    수정 2021-03-08 오전 7:06:10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들은 올해에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전자투표제가 도입됐지만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제도 폐지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은 만큼 상장사들에겐 대행사 고용이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이한 최선의 방안이기 때문이다. 일부 대행업체들의 경우 감당할 수 있는 수요를 채워 기업을 골라 받고 있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기 주주총회 안건 부결 상장사 수 (그래픽=이동훈 기자)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는 상장사로부터 주주명부를 전달받고 이름과 주소를 통해 소액주주를 직접 찾아 의결권을 모으는 일을 한다. 섀도보팅이 폐지된 직후인 지난 2018년 10개 안팎의 업체가 생겨난 뒤 현재 약 40개 이상의 업체가 영업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섀도보팅은 의결정족수를 충족하기 위해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1991년 도입됐다가 2017년 12월 폐지됐다.

이들의 주요 고객은 코스닥의 시총 규모가 작은 상장사다. 코스피 기업에 비해 주총 관련 인력이 부족하고 소액주주 비중도 높아 의결 정족수 확보가 더 어렵다. 재무제표 승인 등 간단한 안건 통과에도 전체 주주의 4분의 1이 넘는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정기 주총에서 1개 이상 안건이 부결된 상장사는 섀도보팅 폐지 직전 해인 2017년 이전엔 10곳 이하였다가 2018년 76곳, 2019년 188곳, 지난해는 238곳으로 추정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사 1298개사 중 41.9%인 544개사가 올해 주총에서 감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을 신규 선임해야 한다. 감사 선임의 경우 대주주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되는 ‘3%룰’이 적용되기 때문에 소액주주의 표가 더 절실하다. 전자투표제 주주 참여율은 여전히 10%대 이하, 한자릿수 대에 머물면서 상장사에 도움이 안 되고 있다. 상장사로선 감사 선임 등 여러 가지 안건의 부결을 막기 위해 대행업체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부 대행업체는 이미 예약이 꽉 차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금융 당국이 의결권 대행업체를 관리, 감독할 의무가 없고 신고·허가제로 운영되는 게 아니다 보니 대행 업무에 대한 정가가 없기도 하다. 주식 수에 비례해 가격이 결정되지만 경영권 분쟁이 있는지, 대주주 지분율이 어느 정도인지, 감사 선임 안건이 있는지 등에 따라 주당 단가가 갈리는 것이다. 비싼 경우 한 주당 50원을 받는 일도 있다. 성공수당까지 더하면 의결권 대행에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주총 관련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매년 의결권 대행업체들이 큰 수익을 거두는 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의 전자투표 참여를 유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주주의 의결권을 강화하는 식의 접근도 같이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본질은 온라인 투표 제도 개선과 홍보가 아니라 개인 주주들은 자기가 가진 주가가 오르느냐 내리느냐에 관심이 있지 주주총회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이 같은 인식을 토대로 해서 당국이 개인의 주총 참여가 아닌 최대주주에 의결권을 몰아주는 등의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이 생각을 고치지 않는 한 매년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만 좋은 일 시키는 꼴은 매년 반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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