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펫키지 논란, 갈 길 먼 미디어의 책임의식

  • 등록 2021-09-06 오전 6:00:00

    수정 2021-09-06 오전 6:00:00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지난달 26일 첫선을 보인 JTBC 반려동물 여행 예능 ‘개취존중 여행배틀-펫키지’(이하 ‘펫키지’)를 둘러싼 논란 및 여론의 비난이 제작진과 출연진의 해명에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방송 내용이 사회적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을 ‘오해의 소지’로 일축한 제작진의 대응이 역풍을 불러일으켰다.

논란은 “강아지 전문가들은 처음 반려견을 키우려는 사람들에게 유기견 입양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출연자 김희철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유기견들은 이미 사람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지닌 만큼 단순히 예뻐하고 귀여워 해주고 싶다는 마음에 입양하면 유기견이 한 번 더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려면 전문가 교육 등을 통해 충분한 지식과 노하우를 쌓으려는 책임 의식과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제작진은 해당 장면에 ‘초보 애견인에게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는 유기견’이란 자막을 함께 내보냈다.

일부 시청자들은 해당 발언 및 자막이 자칫 유기견이 반려하기 어려운 동물이란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고, 동물권 보호 단체인 ‘카라’까지 이에 동조하면서 논란은 크게 퍼졌다.

논란은 발언자를 넘어 방송 제작 과정 전반을 담당한 제작진을 향한 책임론으로 확산됐다. 반려견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인데도 입양이 절실한 유기견들의 사정과 기형적인 ‘펫숍’ 분양 관행이 지닌 문제점에 대한 제작진의 인식과 소양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논란 발생 5일 만에 “반려견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는 신중함과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방송에 담은 것”이라며 “제작진의 의도와는 달리 오해의 소지가 생겨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갈등 조장을 지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는 간과한 채 방송을 의도대로 봐주지 않은 시청자들의 시선 탓으로 돌린 셈이다.

출연자가 방송 중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발언을 하면 현장에서 보완 멘트를 요청해 문제 되지 않게 예방하는 게 제작진이 갖출 소양이다. 그게 여의치 않다면 처음부터 해당 발언을 편집해 송출하지 않거나 검수 전 관련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어야 했다.여전히 갈 길 먼 미디어의 책임의식이 유감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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