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기자24시]릴레이 선거전… 메뚜기 뛰는 ‘캠프 보좌진’

의원회관 대신 캠프 출근하는 국회 보좌진들
‘다경험’일수록 우대, 계파 따라 용병처럼 선거 전면에
정치권 관행이나 ‘입법 지원’ 목적 상실… 커리어 되기도
  • 등록 2021-03-07 오전 6:00:00

    수정 2021-03-07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이번 선거가 끝나면 ○○○ 캠프로 갑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승리로 끝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모 캠프에서 일하던 한 보좌진의 말입니다. 민주당의 모 의원실 소속인 그는 보궐선거 캠프에 파견 형태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선거가 끝나도 쉴 틈 없이 당권주자 캠프로 옮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2일 오후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에서 한 사진기자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홍보물을 취재하고 있다. 선거는 다음 달 7일이다.(사진=연합뉴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입니다. 당장 4·7 재보궐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데다 이낙연 대표의 대권도전으로 인한 차기 당대표 선거가 곧바로 치러집니다. 이후에는 2022년 대선을 겨냥한 대권주자간 경선이 예정돼 있습니다. 대선까지 포함하면 1년 새 당 내외에 큼직한 선거가 네 번이나 되는 만큼 주요 주자들은 각 의원실에 SOS를 쳐놓았습니다. 각 캠프에서 실무를 담당할 보좌진을 보내달라는 겁니다.

통상 선거 캠프에 파견되는 보좌진들은 다년간 정치권에 몸 담으며 수차례 선거를 치러본 경우가 많습니다. 짧은 선거 준비기간 동안 최대한 효과를 보려면 경험 만한게 없거든요.

준비가 덜된 후보이거나 선거 경험이 적은 후보일수록 ‘선거 다경험 보좌진’을 파견형태로 영입하려 열을 올리기도 합니다. 반대로 유력 주자의 경우 각 의원실에서 경쟁적으로 보좌진을 파견 보내려고 하기도 합니다. 보좌진은 국회의원의 수족과도 같은 만큼 특정 캠프에 보좌진이 파견됐다는 건 그 정치인이나 특정 계파의 핵심이라는 걸 증명합니다. 이른바 충성 경쟁의 일환이죠.,

최근에 선거를 치렀던 보좌진은 더 인기입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서 예비후보 캠프 파견 보좌진 중 일부는 경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다른 캠프에서 러브콜이 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는 패배한 캠프 뿐만 아니라 승리한 캠프 측 인사들도 마찬가지라 재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와달라고 ‘선약’되기도 합니다. 승리한 캠프 보좌진은 몸값이 더 오르기도 하죠. 어느 캠프에 누가 일을 잘한다더라, 누구는 별로라더라 등 정보도 빠르게 돕니다.

4·7 재보궐선거의 모 후보의 캠프에서 뛰고 있는 한 보좌진은 전당대회 캠프를 거쳐 모 유력주자의 대선캠프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서 경험치를 쌓은 후 대선을 준비하라는 것입니다. 1년여 가까운 시간 동안 원소속 국회의원의 입법 보좌 업무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앞으로 1년간은 애들 얼굴 보기가 어렵게 됐다”는 푸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보좌진 개인적으로도 선거 경험은 중요한 커리어가 되는데다 국회의원의 지시가 있는 경우가 많아 거부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파리 목숨 보다 못하다는 보좌진 입장에서는 ‘영감’(국회의원을 지칭하는 국회 보좌진 사이 지칭)의 지시를 거부하기 힘듭니다. 이러는 사이에 어느새 선거 캠프 파견은 정치권의 관행이 됐습니다.

국회 보좌진이 선거 캠프에 파견가는 것이 온당하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국회의원수당법) 제9조에는 보좌직원에 대해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보좌관 등 보좌직원을 둔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각 보좌진의 월급 역시 국회사무처가 지급합니다. 보좌진 파견 자체가 불법은 아니나 입법 및 정책 활동이 아닌 선거 캠프에서 일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의 배경입니다.

앞으로 1년간 선거 캠프에서 파견 보좌진을 만나는 일은 더 잦아질 듯합니다. 2022년 지방선거도 있는 만큼 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캠프 파견을 놓고 국회 내에 왈가왈부가 이어지지만 정치권의 인식은 ‘문제될 게 없다’에 가깝습니다.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사이 의원회관의 빈자리는 더 늘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도 중요하지만 자칫 국회의 고유 기능인 입법과 정책의 구멍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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