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못 때리게 제압할게”…살해되기 전까지 안심시킨 중학생

母 옛 연인에 살해당한 제주 중학생
숨진 학생 母 “가정폭력 당할 때마다 안심시켜” 눈물
  • 등록 2021-07-23 오전 12:10:00

    수정 2021-07-23 오전 12:10:00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어머니의 옛 연인에게 살해당한 제주 중학생 A(16)군이 피살되기 전까지 어머니를 안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옛 연인의 10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40대 A씨가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군 어머니 B씨는 지난 22일 KBS와 인터뷰를 통해 “가정폭력을 당할 때마다 아들이 나를 안심시키기 바빴다”며 “피해자 진술을 하러 경찰서에 갈 때도 아들과 함께 갔다”고 말했다.

B씨는 “전 연인이 아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을 때도, 아들은 자기가 제압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며 흐느꼈다.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B씨의 옛 연인이자 한때 동거했던 C씨가 집 안에서 폭력을 행사했을 때도 A군은 부서진 TV와 컴퓨터 등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부서진 유리 조각까지 비닐봉지에 담아 모았다. 나중에 수사기록용으로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초 제주 동부경찰서에 피해자 진술을 하러 갔을 때도 A군은 B씨와 외삼촌과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지난 2일 새벽 자신의 B씨가 C씨로부터 목 졸림을 당해 죽기 직전까지 내몰렸을 때도, 이튿날 주택 외부에 가스 배관이 파열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서에 갔을 때도 A군은 늘 엄마 곁에 있었다.

B씨는 “살해범이 내 아들을 먼저 죽이고 나를 죽이겠다고 지속적으로 협박했다. 아들이 걱정돼 늘 조심하라고 말했지만, 그때마다 아들은 자기가 제압할 수 있다며 오히려 나를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사건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지난 18일 오후 10시50분께 집 다락방에서 손발이 묶인 채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일을 마치고 귀가한 B씨가 A군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군의 몸에서 타살 흔적을 확인하고 폐쇄회로(CC) TV 영상을 통해 앞서 오후 3시께 성인 남성 2명이 담벼락을 통해 2층으로 침입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들은 A군을 죽인 뒤 장갑 등 범행도구를 인근에 버린 뒤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영상에서 용의자 중 한 명이 한때 피해자 가족과 동거한 C씨로 특정해 추적에 나섰고, 범행 후 달아난 C씨는 신고 20시간여 만인 지난 19일 오후 7시26분께 제주시의 한 숙박업소에서 붙잡혔다. 함께 범행한 C씨의 지인은 이보다 앞서 같은 날 0시40분쯤 거주지에서 검거됐다.

C씨는 사실혼 관계로 지내던 B씨가 결별을 선언하자 앙심을 품고 아들인 A군을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C씨는 경찰에 연행될 당시 혐의를 인정했다.

이에 제주지법 김연경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C씨와 지닝네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범행 수단이 잔인하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남성의 신상정보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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