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준 ‘푸른 모과나무’(사진=아트스페이스퀄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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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모과나무다. 대롱대롱 매달린 열매에선 누르는 만큼 ‘노랑’이 삐져나올 듯하다. 사실 여기까진 특이할 게 없다. 도드라진 것은 그 열매들을 지탱하고 선 나무. 나무기둥과 뻗쳐나온 가지들이 ‘푸름’을 머금고 있으니까. 흔히 나무색이라 말하는 흑갈색은 이 화면에선 없다.
무게감 있는 마티에르에 그보다 묵직한 색을 입혀, 빛나는 모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낸 이는 작가 김호준이다. 작가는 ‘색을 그린다’. 색을 칠하는 게 아니고 그 자체를 그리는 거다. 그 바탕에는 ‘생동하는 자연’이 있다. 자연의 세밀한 묘사보단 감각적 느낌을 옮겨놓는데. 그 느낌은 보통 색으로 등장한다. 바다에는 산색이 들어차고 산에는 바다색이 솟아오르는 거다.
‘푸른 모과나무’(Blue Quince Tree·2021) 역시 그렇게 나왔다. 어느 날 밤 문득 맞닥뜨린 “푸른색 모과나무”가 가슴을 쳤다는 거다. “노란 열매와 어울리는 나무색을 생각하다 바다의 파란색을 떠올렸다”고 했다. 또 본 게 있다. “사람의 얼굴을 닮은 모과의 형체들”이다. “어두운 밤에 외로이 선 푸른 모과나무에 매달린 노란 열매가 천태만상 세상사 같다”고 생각했단다.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3길 아트스페이스퀄리아서 여는 ‘김호준 초대전’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63×130㎝. 작가 소장. 아트스페이스퀄리아 제공.
| 김호준 The sea at sunset, 162x112cm, oil on canvas, 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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