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화재취약’ 방음터널 참사, 사후약방문 그만

  • 등록 2023-01-02 오전 6:00:00

    수정 2023-01-02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안전 관리 사각지대’,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도 그간 발생한 대형참사와 판박이다.

화재는 지난 29일 터널을 지나던 트럭에서 시작됐다. 불길은 방음벽으로 옮겨붙어 터널 구간 830m 중 600m를 태웠다. 차량 45대는 전소됐으며,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모든 사고를 막을 순 없지만, 대형사고에 앞서 전조 증상은 있다. 이번 방음터널 화재 참사도 마찬가지다. 이미 2년 전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고가차도에 설치된 방음터널에서 불이 났다. 당시 승용차에서 시작된 불이 방음벽으로 옮겨붙으면서 터널 전체 500m 중 200m가 탔다.

사고 이후 경고는 무시됐다. 도로교통연구원과 감사원 등이 방음터널의 화재 취약성에 대해 위험을 경고했지만, 대책은 미흡했다. 방음터널은 현행 소방법상 도로 터널로 규정되지 않아 각종 소방설비 기준에서 빠져 있고, 안전점검도 받지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작년 7월에서야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데 그쳤다.

특히 소재가 문제다. 투명 플라스틱인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은 가볍고 설치가 쉬운데다 저렴하기 때문에 널리 쓰이지만, 고온의 열에 쉽게 녹아내려 결과적으로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미국 등 선진국은 방음터널에 불연재를 쓰게 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규정이 전무했다. 정부가 안전보다 비용을 우선하도록 사실상 버려둔 셈이다. 되려 국토부는 방음시설을 불연성 소재로 만들어야 한다는 1999년 지침을 2012년 들어 삭제했다고 하니 이번 참사도 안전불감증의 합작품인 게 분명하다.

전국에 방음터널은 150곳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지하철 내장재는 불에 타지 않는 소재로 바꿨다. 방음터널도 소급 적용이 필요하다. 국토부는 전수조사에 나섰는데 사후약방문이지만, 이제라도 소재 기준은 물론 안전점검, 비상대피 등을 보완해야 한다.

안전 대책은 아무리 대응을 잘해도 칭찬받기 어렵다. 당연한 일로 여겨지며 표시도 나지 않는다. 그러나 소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더는 안전불감증 참사가 반복되지 않게할 정부의 대규모 안전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다.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12월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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