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한국 증시 ATM 언제 벗어나나

  • 등록 2021-09-01 오전 5:00:00

    수정 2021-09-01 오전 5:00:00

[이데일리 권소현 증권시장부장] ‘한국은 여전히 외국인의 현금인출기(ATM)’

더이상 아닌 줄 알았던 ATM이라는 별명이 이번에 또 회자됐다. 동학개미들이 코로나19 이후 대거 진입하면서 국내 증시 수급의 주요 축을 형성한 건 사실이다. 이제 한국 증시는 외국인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견고해졌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증시는 외국인의 계속된 펀치에 휘청였다. 8월 한 달간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팔아치운 주식만 6조2000억원에 달했고 월초 3200선대였던 코스피지수는 한때 3060선까지 미끄러졌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던지는 이유로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우려, 달러 강세, 중국 규제 리스크에 따른 아시아 비중 축소 등이 꼽혔다. 딱히 한국만의 상황이 아닌 글로벌 공통 변수다. 그런데 유난히 한국에서의 매도공세가 거셌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8월 25일까지 4주간 한국 증시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59억달러어치 유출됐다. 같은 기간 대만에서는 8억9000만달러, 베트남에서는 2억4000만달러 빠져나가는데 그쳤다. 인도로는 4억1000만달러 유입됐고 인도네시아 주식도 순매수였다.

이렇게 한국 주식을 집중적으로 패대기친 데에는 시장 규모나 유동성 면에서 한국 주식을 팔기가 쉽고 매도한 돈을 본국에 송금하기도 용이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외국인 투자자에 놀아나는 시장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반도체 업종에 대해 ‘메모리-겨울이 오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급락에 불을 붙인 모건스탠리는 나흘 만에 입장을 바꿔 삼성전자를 강력매수 종목 리스트에 넣은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주가가 급락하자 삼성전자 매수상위 창구에 모간스탠리가 간간이 보였던 건 우연의 일치였을까.

외국인들의 공모주 대어 단타도 문제다. 의무보유확약 없이 쉽게 공모주 받아 상장 초기에 팔아치우면서 새내기주 주가뿐 아니라 증시 전체에 부담을 주기도 한다. 지난달 10일 상장한 크래프톤은 데뷔 첫날부터 사흘 내리 외국인이 내다 팔면서 3000억원 이상 순매도했고 롯데렌탈과 HK이노엔은 상장 후 나흘 연속 외국인 매물에 시달려야했다. 가뜩이나 줄줄이 대형 IPO가 이어지면서 증시 자금을 빨아들여 수급기반이 약해졌다는 평가인데 외국인 매물까지 쏟아지면서 더 하락을 부추기는 식이었다.

그나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대형 공모주에 대해서도 개인투자자들이 묵묵히 물량을 받아냈지만 지수 방향을 돌리지는 못했다. 그 사이에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 보유율은 28.47%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비울 만큼 비웠는지 외국인 매도공세도 잦아들었다. 8월 마지막 날 외국인은 작심한 듯 코스피에서 1조원 넘게 순매수했고 특히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를 쓸어담았다. 덕분에 코스피지수는 1.75% 올랐고 양대 반도체주는 나란히 3% 가까이 뛰었다. 외국인이 팔면 떨어지고 사면 오르는 시장인 셈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이 외국인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이기도 하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ATM처럼 활용해도 휘청이지 않으려면 국내 수급기반을 좀 더 단단히 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이나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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