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영업을 못한 지 거의 2년째입니다. 폐업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정부가 손실보상은커녕 ‘사채업자’처럼 돈을 더 빌려줄 테니 조금 더 버텨보라고 하는 것은 저희 같은 영세 여행업체를 두번 죽이는 일입니다.”
서울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A씨는 정부의 여행업 손실보상 대상 제외와 금융지원 대책에 이 같이 토로했다. 그는 “융자(대출) 때문에 폐업하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양산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여행업이 왜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행·숙박업엔 손실보상 못한다는 정부
박정록 서울시관광협회(STA) 상근 부회장은 “정부가 행정명령 대상 업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매출 정지 상태에 있는 여행업종의 지원을 외면한다면 산업의 자멸을 방관하는 처사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정부는 대신 융자 규모를 확대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5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여행업계 지원 방안을 내놨다. 홍 부총리는 “담보능력이 없는 영세업체를 대상으로 2022년 신용보증부 특별융자를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한다”며 “업체의 원금 상환도 일정 기간 유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정한 보상은커녕 폐업으로 내몰리는 관광업
실제로 여행업과 숙박업 등 관광업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의 고강도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큰 피해를 봤다. 그동안 지속해서 대국민 여행 자제나 여행제한을 권고해 온 정부의 방역지침을 따라야 했기 때문이다. 그 대가가 피해보상이 아니라 폐업도 못하는 ‘좀비기업화’라면 방역지침을 따르라는 정부의 권유는 정당성을 얻지 못할 터다. 손실보상법 개정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도 아니면 여행업 지원을 위한 별도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외쳤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약속은 공염불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