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물적분할을 금지해 달라는 글이 잇달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오고 있다. 물적분할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증시에 상장하는 것에 대한 분노가 상당하다. 최근 이런 전략을 쓴 기업들 주가가 족족 급락세를 보이면서 고스란히 소액주주들의 손실로 이어지자 이를 막아달라는 여론이 뜨겁다.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하고 상장 추진에 나선 LG화학이 대표적이다. 한때 100만원이 넘었던 LG화학 주가는 작년 61만5000원으로 한해 거래를 마쳤다. 배터리 사업을 SK온으로 떼어낸 SK이노베이션 역시 작년 초 30만원을 넘었던 주가가 연말에는 23만원대로 내려앉았다. CJ ENM과 NHN도 핵심 사업부문 분할 발표 후 주가 급락을 보였다.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이 지난 9월 상장하자 상장 당일 10% 넘게 빠지기도 했다.
기업들은 하나같이 자회사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해 신성장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를 대지만, 소액주주가 보기엔 마뜩잖다. 특히 자회사를 상장시키면서 기존 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구주매출이 상당수 이뤄지는 경우도 있어, 결국 대주주의 한몫 챙기기용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2001년 현대건설 설계감리 사업부가 분할돼 설립된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올해 2월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신주 발행규모의 3배에 달하는 구주 매출을 진행한다. 최대주주인 현대건설(38.62%)을 제외하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글로비스, 기아차, 현대모비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중 일부가 구주매출 대상이다.
자연스럽게 대주주의 보유지분 현금화를 위한 상장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신주 발행을 통해 기업으로 돈이 들어오고 이 돈으로 설비투자를 하거나 신사업에 나서야 하는데, 새로 들어오는 돈보다 대주주가 가져가는 돈이 더 많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이 공매도보다 더 무섭다는 얘기도 한다. 미래 먹거리에 투자히가 위해 자금조달이 필요하다면 모회사가 유상증자에 나서면 된다. 구주매출까지 하면서 성장동력을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이같은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번지지 않도록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