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이 공연 공백을 깨고 관객과 만난 것은 4년여 만이다. 2018년 전국 투어 콘서트 ‘거울’을 펼친 그는 2020년쯤 새로운 공연을 진행하려 했으나 코로나19 여파 탓에 계획이 틀어지면서 다시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렸다.
‘흔적’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연 공연이 지닌 의미는 그래서 더 뜻깊었다. 700석 규모 공연장을 ‘공연 컴백’ 장소로 택한 이적은 데뷔 초부터 현재까지를 아우르는 명곡들로 관객과 가까이서 교감하며 추억을 나눴다. 전석 매진을 기록한 이번 공연으로 만난 관객은 총 5000여명이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23일 공연의 셋리스트는 18곡으로 구성했다. 이적은 ‘흔적’, ‘숫자’, ‘하필’, ‘물’ 등 최근에 작업한 곡들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고,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레인’, ‘다행이다’, ‘같이 걸을까’ ‘빨래’ 등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진 히트곡을 차근차근 꺼내며 관객의 기억과 감성을 깨웠다. 더불어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 OST로 작업한 ‘쉼표’ 무대로도 감동을 안겼다.
‘공연 장인’으로 통하는 뮤지션답게 이적이 물 흐르듯이 공연을 끌어가는 힘은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이적은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내내 무대 위에 머물며 노래하고 연주하고 관객과 이야기하며 뛰어난 가창력과 입담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우리가 함께 새긴 흔적이 대단한 게 아닐지라도 마음에 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흔적이 우리를 살아내게 하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