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민간소비의 동반 부진이 4분기 역성장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수출이 전분기 대비 5.8%나 감소한 것이 성장률 하락의 주원인이었다.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돌이켜 보면 수출이 경제위기 극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수출이 한국경제 성장의 버팀목이란 말을 하기가 어렵게 됐다. 정부와 한은은 수출이 부진한 원인을 글로벌 경기 둔화에서 찾고 있다. 민간소비도 전기 대비 0.4% 감소했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트리고 소비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4분기 지출항목별 성장률 가운데 설비투자(2.3%)가 성장세를 유지한 것을 빼면 환한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4분기 지표가 좋지 않다”고 역성장을 예고하면서 그 요인을 중국 경기둔화와 이태원 사태 등에 돌렸다. 정부도 수출 부진에 대해 글로벌 경기 탓만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성장률 하락에는 외부의 일시적 요인보다 우리 내부의 추세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저성장의 고착화를 막으려면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수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근원적 처방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