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자산인플레이션과 블로소득의 혼동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 등록 2021-06-08 오전 5:50:00

    수정 2021-06-08 오전 5:50:00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 생산성향상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직거래가 진행되면서 일반 물가가 안정되는 경향이 21세기 들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불황에 따른 기저효과와 보복소비효과에 더하여 이상기후에 따른 농축산물 생산부진으로 체감물가가 높지만 일시적 요인으로 물가불안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유동성이 늘어나도 생산부문이나 소비부문으로 흐르지 않고 남아도는 돈이 자산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자산인플레이션(asset inflation)현상이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도 부
동산 가격이 지난 4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가량 올라 일반물가의 6~7배나 올랐다.

경제규모에 비해 유동성이 많이 풀리면 화폐가치가 하락하면서 자산의 명목가격이 상승하는 경로가 전개된다. 경기 침체기 자산 가격 상승은 돈의 실질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시장에서 해석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우리나라는 재정적자 규모나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향후 돈이 더 많이 풀릴 수밖에 없어 중장기로는 돈의 가치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질 우려도 다분하다. 주택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은 투기적 동기가 아니라 수요공급 불균형과 함께 풍부한 유동성 때문임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M2(광의의 통화) 연평균 잔액은 2016년 2342조원에서 2020년 3070조원으로 늘어났고 2021년 3월에는 3313조원으로 전년 동월대비 11.0%나 늘어났다. 자산가격 상승은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얼마 전 신임 국무총리와 국회의원 사이에 주택 매매차익에 대한 불로소득세(?) 논쟁이 벌어졌다. 부동산가격 상승을 투자(投資)가 아닌 투기(投機) 때문이라고 간주하고 불로소득세를 부과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냉정히 살펴보면 이 같은 논리엔 무리가 있다. 먼저, 주택보유 의지와 행위를 투기로 구분하려면 매입 당시 주택가격이 정상수준보다 크게 낮거나 향후 확실히 오를 것이라는 미공개정보를 사전에 입수했다고 단정해야 한다. 다음 매수가격과 시세 차익에서 거래비용과 기회비용(매입가에 대한 이자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불로소득으로 계산할 수 있다. 만약, 가격이 내릴 경우 보상제도가 마련되어야 가격 상승분에 대한 불로소득세 부과 명분이 선다. 물론, 주택이나 토지를 특수관계자에게 시가보다 낮게 특별공급 받거나 주택정책 관련 미공개정보를 가진 내부자, 내통자들은 해당 부동산의 매매차익은 불로소득이라 여길 수 있다.

부처님 사촌 동생일지라도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보다 나은 환경에서 편안하게 살고 싶은 욕망을 뿌리치기가 어렵다. 집값 분포를 보면 환경보다 학군 좋은 곳에 집을 마련하고 싶어 ‘친구 따라 강남 가야 한다’는 프레임이 점점 굳어지고 있다.

부동산거래를 무조건 투기로 간주하고 불로소득세로 거둬들여야 한다는 오도된 시각이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상실하여 부동산가격 상승을 이끌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무지막지한 가격억제대책이 오히려 불안 심리를 자극한 까닭을 헤아렸어야 했다. 사마천은 사기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무엇이든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 공급이 늘어나고 다시 가격이 내린다”는 간단하지만 불변의 이치를 아담 스미스보다 1900년가량 빠른 BC100년경에 강조했다. 절대왕조 시대에도 재화의 유통을 억지로 통제하지 말고 물 흐르듯 순리대로 놔둬야 세상이 살기 좋아진다는 충고를 외면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공급억제에다 화폐가치 하락(예상)에 따른 명목가격 상승을 불로소득으로 여기고 징벌과세를 부과하면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를 또 다른 정부실패로 덮어버리는 격이다. 무릇 모든 정책은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 한 눈 팔지 않고 근검절약하도록 유도하는데 방점을 찍어야 나라의 미래가 밝아진다는 점을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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