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규모에 비해 유동성이 많이 풀리면 화폐가치가 하락하면서 자산의 명목가격이 상승하는 경로가 전개된다. 경기 침체기 자산 가격 상승은 돈의 실질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시장에서 해석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우리나라는 재정적자 규모나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향후 돈이 더 많이 풀릴 수밖에 없어 중장기로는 돈의 가치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질 우려도 다분하다. 주택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은 투기적 동기가 아니라 수요공급 불균형과 함께 풍부한 유동성 때문임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M2(광의의 통화) 연평균 잔액은 2016년 2342조원에서 2020년 3070조원으로 늘어났고 2021년 3월에는 3313조원으로 전년 동월대비 11.0%나 늘어났다. 자산가격 상승은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얼마 전 신임 국무총리와 국회의원 사이에 주택 매매차익에 대한 불로소득세(?) 논쟁이 벌어졌다. 부동산가격 상승을 투자(投資)가 아닌 투기(投機) 때문이라고 간주하고 불로소득세를 부과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냉정히 살펴보면 이 같은 논리엔 무리가 있다. 먼저, 주택보유 의지와 행위를 투기로 구분하려면 매입 당시 주택가격이 정상수준보다 크게 낮거나 향후 확실히 오를 것이라는 미공개정보를 사전에 입수했다고 단정해야 한다. 다음 매수가격과 시세 차익에서 거래비용과 기회비용(매입가에 대한 이자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불로소득으로 계산할 수 있다. 만약, 가격이 내릴 경우 보상제도가 마련되어야 가격 상승분에 대한 불로소득세 부과 명분이 선다. 물론, 주택이나 토지를 특수관계자에게 시가보다 낮게 특별공급 받거나 주택정책 관련 미공개정보를 가진 내부자, 내통자들은 해당 부동산의 매매차익은 불로소득이라 여길 수 있다.
공급억제에다 화폐가치 하락(예상)에 따른 명목가격 상승을 불로소득으로 여기고 징벌과세를 부과하면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를 또 다른 정부실패로 덮어버리는 격이다. 무릇 모든 정책은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 한 눈 팔지 않고 근검절약하도록 유도하는데 방점을 찍어야 나라의 미래가 밝아진다는 점을 명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