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안전화도 현장직원이 직접 선택"…'안전제일' 자리잡은 산업계

[중대재해처벌법 1년]
기업들, 대규모 인력·설비 확충
고려아연 3500억·롯데케미칼 5000억 등 투자
작업중지권·안전신문고·안전점검의 날 등도 운영
과도한 처벌 중심 지적…세제혜택 등 당근책 필요
  • 등록 2023-01-27 오전 5:00:00

    수정 2023-01-30 오전 8:22:27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새 안전화를 도입할 때 직원들 의견을 수렴해서 직접 신어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했죠. 그동안 제련소 안전화는 동일했는데 작업 환경에 따라 최적의 안전화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고려아연 관계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된 지 1년이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의 안전 민감도는 높아졌다는 평가다. 안전 관련 인력과 예산이 늘어났고 현장과의 소통도 강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지나치게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과 모호한 법률 규정으로 인한 법안의 실효성 논란은 숙제로 남아 있다.

“중대재해사업장 오명 벗는다”…고려아연, 안전분야에 3500억 투자

26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에만 무재해 인센티브로 월평균 2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모든 팀에게 월 단위로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 한 해동안 고려아연 직원 및 협력사 직원들에게 지급된 격려금만 대략 24억원에 달했다.

해당 제도는 2021년 7월 ‘중대재해 제로를 위한 경영시스템 개선’ 계획의 일환으로 시행됐다. 온산제련소에서 잇단 사망 사고 발생으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고려아연은 3545억원을 투입해 온산제련소의 안전시스템을 점검, 감시할 안전혁신위원회를 신설하고 안전 전담인원을 확충했다. 안전관리실은 28명에서 106명으로 대폭 늘어나면서 안전전담자 1인당 직원 수가 13명 수준으로 파격 재편됐다. 제련소 전 근무자에게 교육시스템 및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전 보건센터와 제련소의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제하는 통합관제제센터를 건립 중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매월 진행되고 있는 노사안전실무협의회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3개월에 한 번씩 이뤄지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안건의 즉각 반영이 어려워서 매달 노사안전실무협의회를 진행 중”이라며 “현장의 요구사항 등이 즉각 반영돼 근로자의 반응이나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2020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하는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포함되는 불명예를 얻었지만 지난해엔 단 한 건의 사망 사고도 내지 않았다.

LS전선 ‘전사 안전점검의 날’ 지정…현대제철, 작업중지권 도입

LS전선도 매월 첫째 주 수요일 ‘전사 안전점검의 날’로 지정해 임직원들이 사업장 내부의 위험 요소를 점검한다. 또 크레인, 지게차, 회전체, 화재·폭발, 추락·낙하를 5대 고위험테마로 선정하고 지난해 66억원을 들여 설비 개선을 진행했다. 지난 3년간 투입한 금액만 149억원에 이른다.

현대제철은 회사 내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위험 상황 발생 시 ‘작업중지권’을 시행하고 있다. 안전신문고 제도도 운영 중이다. 온라인을 통해 안전시설물 설치, 작업절차 변경, 작업환경 개선 및 정리 정돈 등의 각종 안전개선사항을 간편하게 제안할 수 있게 했다. 재해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임직원들의 2차 안전사고와 외상 후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 위해요소를 예방하고자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기업’을 목표로 3년간 안전 환경 부문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그해에만 195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며 실제로 2636억원을 집행했다. 지난해에는 4611억원을 편성했다. 안전관련 전문 인력도 3년 내 2배로 확대키로 했다.

GS칼텍스는 산업재해, 안전사고, 자연재해 등 각종 비상사태 관련 24시간 대응조직을 구성했다. 여수공장은 비상사태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담 비상요원과 1선·2선 등 총 250여 명의 비상ㆍ해양방제요원 출동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또 단위 공정별로 발생 가능한 비상대응 시나리오를 작성해 월 1회 이상 자체적으로 비상대응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처벌 중심…법 취지에 따라 재해 예방에 초점 맞춰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의 안전 관련 예산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내 기업 367개사(상시근로자 50인 이상)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전과 비교해 안전 관련 예산의 변화는 70.6%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예산의 증가 규모는 응답 기업의 절반인 52.0%가 ‘50~200% 이상’ 증가했다고 답했다. 안전 관련 인력의 변화도 41.7%가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50~299)보다 중견기업(300~999인) 및 대기업(1000인 이상)의 인력 증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실제로 이 같은 전방위적인 노력은 일부 결실을 맺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100대 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는 11명으로, 전년동기대비 6명(3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재해 예방이라는 법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많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를 적용하려면 안전보건 확보 의무 미이행과 고의성, 예측가능성 등을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실제 법 위반에 따른 입건 및 기소 건수가 많지 않고 수사기간까지 장기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전 직원이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고취된 것은 사실이지만 법 자체가 과도하게 처벌에 초점에 맞춰져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법 취지를 고려했을 때 안전 설비나 관련 인력에 투자한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등 당근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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