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친 미술시장' 상반기 정점 찍는다…365억원 걸고 '6월 대전'

23일 서울옥션 '161회경매' 24일 케이옥션 '6월경매'
양일 358점 출품…상반기 마지막 메이저경매 진행
동시 출품한 김환기 점화, 이중섭 말년작 등 화제
한국 1세대 여성화가 백남순, 샤갈 상승세도 관심
  • 등록 2021-06-17 오전 3:30:00

    수정 2021-06-17 오전 11:46:34

김환기의 ‘27-XI-71 #211’(1971·왼쪽)과 ‘4-XI-69 #132’(1969). ‘27-XI-71 #211’은 22일 서울옥션이 여는 ‘제161회 미술품 경매’에서 추정가 30억∼45억원, ‘4-XI-69 #132’는 23일 케이옥션이 여는 ‘6월 경매’에서 추정가 15억∼18억원을 걸고 새 주인을 찾는다(사진=서울옥션·케이옥션).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훈풍’에서 ‘열풍’으로. 말 그대로였다. 가히 ‘미친 질주’ 중인 미술시장 얘기다. 지난해까지 서서히 추락해 바닥을 내리쳤던 만큼, 올 초부터 감지된 반전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호황기에 접어든 신호가 곳곳에서 잡혔고, 기대는 확신이 됐다. 3월의 화랑미술제, 5월의 아트부산 등 아트페어에 불어든 바람도 뜨거웠지만, 피부에 닿을 만한 실감나는 열기는 경매시장에서 벌어졌다.

당장 ‘기록적인 수치’가 쏟아졌다. 상반기 국내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에서 진행한 메이저경매는 모두 9차례(6월에 열리는 경매 포함해 서울옥션 4회, 케이옥션 5회). 수년간 두 달에 1회꼴로 진행해왔던 경매 횟수는 1.5회로 늘어났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식으로, 달아오른 미술시장에 전략적으로 대응한 셈이다.

손에 꼽을 만한 대기록도 줄줄이 나왔다. 국내 경매사상 역대 최고인 ‘낙찰률 95%’를 썼고(3월 서울옥션 ‘스프링세일’), 1월부터 5월까지 7차례(서울옥션 3회, 케이옥션 4회) 열린 경매 중 낙찰총액 100억원을 넘어선 횟수가 5번이다(평균 낙찰률 82.6%, 낙찰총액 745억 8230만원). 김창열의 ‘물방울’이 10억 4000만원에 팔리며 작가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고(2월 서울옥션 ‘제159회 경매’. 이후 ‘물방울’은 5월 크리스티 홍콩경매서 14억원에 팔리며 다시 기록을 깼다), 이건희컬렉션 영향을 결정적으로 받은 마르크 샤갈의 ‘생 폴 드 방스의 정원’(1973)이 42억원에 낙찰되며 국내 경매에서 거래한 샤갈 작품 중 가장 비싼 작품으로 등극하기도 했다(5월 케이옥션 ‘5월 경매’).

김환기 점화, 이중섭 말년작 양 경매 동시 출품

후끈 달아오른 이 기세를 정점에 끌어올릴 상반기 마지막 메이저 미술품 경매가 22일과 23일 양일간 열린다. 22일은 서울옥션이 ‘제161회 미술품 경매’로, 23일은 케이옥션이 ‘6월 경매’로 진행할 양일 경매에 나서는 출품작은 총 358점, 365억원어치다. 서울옥션은 204점 약 230억원어치로, 케이옥션은 154점 약 135억원어치로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서울옥션은 “국내에서 열린 경매 기준으로는 2008년 이후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사실상 ‘6월 대전’이 될 이번 양쪽 장은 경매 최고가를 다툴 ‘대표작’까지 묘하게 겹쳐 눈길을 끈다. 미술시장의 ‘완전한 호황기’ 지표를 가늠케 할 김환기의 점화가 양쪽에서 다시 등장했다. 서울옥션에선 ‘27-XI-71 #211’(1971)이 추정가 30억∼45억원, 케이옥션에선 ‘4-XI-69 #132’(1969)가 추정가 15억∼18억원을 걸고 새 주인을 찾는다. ‘27-XI-71 #211’은 일명 ‘무지개색’으로 불리는 전면점화. 김환기의 전면점화가 주로 푸른색, 붉은색, 노란색 등 한 가지 색감으로 화면을 채우는 경향이 많았던 데 비하면 이번 출품작은 드문 경우에 속한다. ‘4-XI-69 #132’는 본격적인 전면점화가 나타나기 직전, 김환기의 기하학적 추상이 전면점화로 가는 이행기 작품으로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중섭의 ‘가족’(1954·왼쪽)과 ‘물고기와 석류와 가족’(1954). ‘가족’은 22일 서울옥션이 여는 ‘제161회 미술품 경매’에서 추정가 15억원, ‘물고기와 석류와 가족’은 23일 케이옥션이 여는 ‘6월 경매’에서 추정가 6억 5000만∼15억원을 달고 응찰을 기다린다(사진=서울옥션·케이옥션).
‘블루오션의 돛’이라 불렸던 김환기의 전면점화는 미술시장의 바로미터였다. 불황의 끝을 달리기 전인 2020년 이전 최소 3년간의 미술시장은 김환기의 전면점화가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시장이 가라앉으며 김환기의 전면점화도 함께 가라앉았다. 큰손이 지갑을 닫으면서 거래 자체가 성사되질 못했던 거다. 긴 침묵을 깨는 그 희미한 신호가 잡힌 건 지난 1월이다. 케이옥션 ‘1월 경매’에 실로 오랜만에, 타계 한 해 전 그린 ‘22-Ⅹ-73 #325’(1973)가 출품됐던 거다. 30억원에 나선 작품은, 하지만 경매 전 출품취소가 되며 호가조차 불러보지 못했다.

이중섭이 타계 두 해 전인 1954년에 그린 말년작도 양쪽에서 나온다. 서울옥션에선 ‘가족’(1954)이 추정가 15억원, 케이옥션에선 ‘물고기와 석류와 가족’(1954)이 추정가 6억 5000만∼15억원을 달고 응찰을 기다린다. 이중섭에게 가족을 향한 애틋함이야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특히 두 작품엔 응축한 가족사랑이 녹아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적신다. ‘가족’에선 아내와 아들 둘, 작가 자신이 각각 독립적으로 배치된 점이 도드라지고, ‘물고기와 석류와 가족’에선 낚싯대를 들고 있는 아내, 커다란 물고기를 든 아이들이 수염이 덥수룩한 작가 얼굴과 뒤엉켜 묘사돼 있다. ‘물고기와 석류와 가족’은 2016년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이중섭, 백 년의 신화’ 전에 나와 대중의 눈도장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마르크 샤갈의 ‘파리 위의 커플’(Le couple au-dessus de Paris·1980s). 22일 서울옥션이 여는 ‘제161회 미술품 경매’에 나서 지난달 케이옥션에서 42억원에 낙찰된 ‘생 폴 드 방스의 정원’(1973)의 기세를 이어간다. 추정가 23억∼35억원(사진=서울옥션).
이중섭 스승 백남순 회화 출품…샤갈 상승세도 관심

김환기·이중섭의 대표작 외에도 눈에 띄는 작품들이 있다. 서울옥션에서 출품한 샤갈의 ‘파리 위의 커플’(Le couple au-dessus de Paris·1980s)이 추정가 23억∼35억원에 출격해 지난달 샤갈의 상승세를 이어간다. 서울옥션이 고미술품 분야로 내놓은 겸재 정선의 ‘동작진’도 시선을 끄는 작품. 지금의 동작대교가 있는 조선시대 한강변 나루터를 그려 사료적 가치도 뛰어난 작품의 경매 추정가는 1억 5000만∼3억원이다.

케이옥션에선 한국 1세대 여성화가 백남순의 희귀작 ‘한 알의 밀알’(1983)이 화제다. 이중섭의 스승으로 알려진 백남순은 이건희컬렉션을 통해 새롭게 부각된 작가이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이건희 회장의 소장품 중 ‘낙원’(1937)이 들어 있었던 거다. 백남순은 역시 화가인 남편 임옹련과 함께 1931년 평안북도 정주 오산고보에서 영어와 미술을 가르치면서 이중섭을 만났다. 한국전쟁 때 남편이 생사불명된 이후 화업을 중단하고 1964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 ‘원로작가 회화전’에 출품되기도 했던 ‘한 알의 밀알’의 추정가는 800만∼4000만원이다.

백남순의 ‘한 알의 밀알’(1983). 이중섭의 스승으로 알려진 백남순은 국립현대미술관이 기증받은 이건희컬렉션에 들었던 한 점 ‘낙원’(1937)으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 작가다. ‘한 알의 밀알’은 23일 케이옥션이 여는 ‘6월 경매’에 추정가는 800만∼4000만원에 나선다(사진=케이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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