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폭력' 원칙 저버린 조계종 폭력사건

  • 등록 2022-08-16 오전 5:50:00

    수정 2022-08-16 오전 5:50: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대한불교조계종의 종단을 대표할 얼굴을 뽑는 ‘제37대 총무원장’ 선출을 앞두고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4일 ‘자승 스님이 총무원장 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1인 시위를 준비하던 조계종 노조원 박모씨가 스님 2명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다.

박씨는 서울 강남구 봉은사 일주문(정문) 인근에서 자승 스님의 총무원장 선거 개입 중단과 봉은사·동국대 공직 퇴진 등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하지만 스님 2명이 불자와 함께 접근해 피켓을 가져가자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폭행 피해를 봤다. 폭행에 가담한 한 스님은 인분으로 추정되는 오염물을 플라스틱 양동이에 담아 박씨에게 뿌리기도 했다.

지난 14일 ‘자승 스님이 총무원장 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던 조계종 노조원 박모씨가 스님 2명에게 폭행을 당했다(사진=조계종 노조 제공 영상 캡처).
조계종은 그간 4년에 한번 총무원장 선거 때마다 후보 비방과 고발 등으로 곤욕을 치러왔다. 이러한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2019년 선거법을 개정했고, 올해부터는 단독 후보자만 있으면 투표 없이 당선되는 ‘무투표 당선 규정’이 적용된다. 현재 조계종 최대 종책모임인 불교광장이 합의 추대한 진우 스님이 단독 입후보하면서 사실상 총무원장에 확정된 상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단일 후보 합의 추대 등 선거 전반에 종단 막후 실세인 자승 전 총무원장 측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안타까운 점은 이번 사태가 벌어진 불교계가 ‘비폭력’을 종교적 신념으로 삼고 있는 종교라는 점이다. 불교의 계율인 십계(十戒) 중 첫번째는 ‘살생하지 말라’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과 곤충, 식물 하나까지 살아있는 모든 생명에 자비를 베풀고 이유 없이 생명을 빼앗지 말라는 것이다. 불교계는 이 교리에 따라 평화와 비폭력을 대중에게 설파해 왔다. 임진왜란 시기 스님들이 승군이라는 이름으로 왜군에 맞서 전쟁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는 서산대사와 사명당을 비롯한 승병의 활동은 국가 수호를 위한 호국불교 이념이 기반이었다.

조계종 구성원들은 이번 폭력사태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정당한지 되새겨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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