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공모주 단타치는 외국인

  • 등록 2021-05-12 오전 4:00:00

    수정 2021-05-12 오전 4:00:00

[이데일리 권소현 증권시장부장] ‘따상’이 문제가 아니라 ‘따상상’ 갈 것이냐가 관심사였다. 공모주 청약에서 81조원에 달하는 돈을 끌어모았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상장 첫날 성적표 말이다. 발품 팔아 가족 계좌를 만들고 손품 팔아 청약가능 증권사 5곳에 모두 청약해 겨우 몇 주 받은 공모주를 첫날 따상에 팔 것인지, 둘째 날 따상상을 기다릴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노재석 SK아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가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SK아이테크놀로지(SKIET) 코스피 상장식’에 참석해 상장을 알리는 타북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하지만 예상은 엇나갔다. 시초가는 예상대로 공모가의 2배에서 결정됐지만 이후 상한가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따상’ 가격은 27만3000원인데 개장 초 22만2500원을 찍고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역대 최대 증거금을 끌어모으며 화제의 중심이었던 공모 대어가 왜 이렇게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급락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지만 일단 수급이 첫번째 걸림돌이었다.

개장하자마자 외국계 증권사인 모건스탠리가 한동안 매도상위 5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의무보유확약을 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대거 내다 팔았다. 이날 하루 거래를 마감한 결과 외국인이 207만주, 362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이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이다. ‘따상’을 기대했던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투자자 때문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번 SKIET 공모청약 인수기관은 총 7개 증권사로 이 중 두 곳은 외국계 증권사다. JP모간과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이 받은 물량은 전체 공모물량의 각각 26%, 18%로 총 44%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모할 때 외국계 증권사가 인수단에 껴 있으면 첫날 매물폭탄이 터지는 경우가 많다”, “종가 기준 공모가 대비 주당 4만9500원 차익을 얻었다고 보면 외국인은 200만주 매도로 며칠 만에 990억원을 번 셈”, “외국인 투자자들은 의무보유확약 하지 않아도 공모주 확보가 가능하다면 이건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 아니냐”라는 성토가 나왔다.

물론 외국인이 매도에 나선 데에는 주가가 펀더멘털 대비 높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실제 작년 이후 증거금 30조 이상 끌어모았던 공모 대어 중 유일하게 첫날 따상에 실패했던 하이브(빅히트)도 상장 전부터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었다.

그럼에도 외국인의 공모주 단타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외국인이 초장부터 내다팔면서 ‘따상’에 실패하자 개인투자자들도 따라 팔면서 수급은 불안한 모습이었다. 이날 결과적으로 개인은 순매수했지만 장중 손바뀜은 거셌다. 공모주 청약 가능한 증권사가 아니었던 키움증권이 매수 상위 1위면서 매도 상위 2위에도 올랐다는 건, 이날 시장에서 SKIET를 산 개인투자자들이 결국 하루도 안돼 손절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자 외국인 투자자에게 왜 이렇게 많은 공모주를 배정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개인투자자에 대한 일반공모는 돈 많은 사람이 더 많은 공모주를 확보할 수 있는 비례배분에서 절반은 균등배분을 하도록 제도를 바꿨는데, 의무보유 확약도 잘 안하는 외국인에게 44%에 달하는 물량을 준 것은 일종의 특혜라는 지적이다.

균등배정제를 도입하고 개인에 대한 배정물량을 확대했을 때 일각에서는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관투자자에게 더 많은 물량을 배정하는 게 상장 후 기업의 주가 흐름 측면에서 더 안정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SKIET 상장 초반 변동성을 키운 건 외국인이었다. 공모주 제도를 다시 손보자는 목소리가 커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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