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미뤄지는 전기료 인상…시장주의 원칙 어디 갔나

시장원칙 전력시장·요금체계 강조했으나,
포퓰리즘 비판했던 文정부 이상으로 개입
한전 방만경영 탓 돌려도 문제해결 못해
억울함 있더라도…집권 여당 책임 보여야
  • 등록 2023-04-24 오전 5:15:00

    수정 2023-04-24 오전 5:15:00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여당인 국민의힘이 지난달 31일 발표하려던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을 미룬지 벌써 25일째다. 전력업계에선 4월 인상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데다, 한·미 정상회담이란 빅 이벤트를 앞둔 상황에서 굳이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발표하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가운데)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요금 조정 결과를 한 달 가까이 미룬 것도, 정치권이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채 직접 의사결정에 개입에 나선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국민의힘이 야당 시절에 포퓰리즘이라고 그토록 맹렬하게 비난했던 문재인 정부조차 청와대와 여당이 요금 결정 전면에 나선 적은 없었다.

전력업계는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전력시장·요금과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쟁과 시장 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을 구축하겠다던 윤석열 정부가 전 정부보다 더 노골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현재의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여당의 포퓰리즘은 극에 달하고 있다. 임직원 개인의 일부 비리,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의 처우 개선 등을 이유로 한국전력(015760)공사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작년 32조6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던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얘기들이다.

정치권이 여론 눈치를 보는 사이 국내 전력산업은 뒤틀리고 있다. 한전은 자구안을 추진하느라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기를 보낼 전력망 구축 비용을 마련 못해 민자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민간 발전사업자들은 4월 전력도매가격(SMP) 시행으로 다시 수익을 제한받고 있다.

지난 겨울 가스요금 인상으로 인한 ‘난방비 폭탄’ 홍역을 치른 여당 입장에서 쉬운 결정이 아니란 건 이해한다. 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과 전기요금 인상 유보로 억울한 면이 있다는 것도 동의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남 탓만 할 건가. 이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 필요한 때다. 자칫 윤 정부의 시장주의 원칙을 기대했던 지지층마저 이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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