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갈등만 남긴 간호법, 그래도 의료개혁 불씨는 살려야

  • 등록 2023-05-31 오전 5:01:00

    수정 2023-05-31 오전 7:43:48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는 어제 오후 본회의를 열고 간호법 제정안을 재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178명, 반대 107명, 무효 4명으로 최종 부결됐다. 간호법은 더불어민주당 등의 강행 처리로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직역 간 과도한 갈등과 의료 현장의 혼란을 초래한다”며 16일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넘어 왔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두 번째이며 모두 윤 정부 출범 후 1년 안팎의 일이다.

간호법은 국민의힘이 “정부·여당에 정치적 부담을 가하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표 계산을 했기 때문에 야권이 밀어붙인 것”이라면서 반대를 분명히 한 데서 알 수 있듯 부결이 거의 확실시돼 왔다. 양곡관리법에 이어 특정 집단을 겨냥한 매표용 악법이라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 방송법 등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국민을 갈라치고, 윤 대통령을 ‘불통’ 프레임에 가두려는 입법 공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여야 힘겨루기와 정치적 손익 계산을 떠나 간호법 제정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들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단순히 의료인 간 갈등과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갈수록 더 수요가 늘어날 가정·방문 간호 확대는 물론 비대면 진료 법제화, 의사 부족 등 시급한 해결을 요하는 현안이 산적해 있음을 이번 논란을 통해 국민이 알게 됐기 때문이다. 갈등의 주범이 직종 이기주의가 아니라 각 직종의 업무를 허술하게 규정한 의료법을 60년 넘게 방치한 정부라는 비판마저 나왔을 정도다.

정부와 정치권은 간호법이 쏘아올린 의료개혁 신호를 더 외면해선 안 된다. 환자들이 질 좋은 의료를 큰 부담없이 받을 수 있도록 의료인의 업무 범위를 정하는 법과 제도를 현실에 맞게 서둘러 바꿔야 한다. 의사 대신 수술을 보조하고 환자를 돌보는 PA간호사 문제의 개선이 대표적이다. 의료법이건, 간호법이건 최우선 과제는 수요자인 국민의 건강 증진과 질병 퇴치다. 정치적 셈법을 떠나 여야가 손잡고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폭넓게 수렴해 최적의 답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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