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수의 경세제민]이념편향 교육 끝내야 SW인재 키운다

  • 등록 2022-05-12 오전 6:15:00

    수정 2022-05-12 오전 6:15:00



[유지수 국민대 전 총장·명예교수] 인수위원회에서 디지털 인재 100만 명 양성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4차 산업시대에 필요한 인력은 질적으로 우수한 인재이다. 100만 명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우수한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인수위는 초·중등학교에서 인공지능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전국의 500개 초·중등학교를 인공지능 선도학교로 지정하고 기초 소양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SW)에 대한 보편적 소양은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초·중등학생들은 게임· 쳇봇·웹서핑·소설미디어를 어른보다 더 잘하고, 일부는 이미 ‘엔트리’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현재 SW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지닌 세계적 인물을 보면 모두 어릴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 기초소양이 아니라 프로그래밍교육이 필요하다. SW 인력양성을 하려면 초중고부터 대학까지 정밀한 일체형 교육과정을 설계해야 한다. 수학·통계학·프로그래밍언어·전공분야 지식 등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그래서 가능하면 일찍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목표에 따라 정교하게 설계된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해야 기업·사회·국가에서 유용하게 쓰일 인재가 배출된다.

SW하면 보통 컴퓨터언어 학습을 떠올리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컴퓨터언어 이전에 배워야 할 필수지식이 많아서다. 그리고 각 SW분야에 따라 필요한 필수지식이 다양하다. 빅데이터 혹은 데이터사이언스와 같은 분야는 통계지식이 절대적이다. 자율주행은 선형대수와 기하벡터 지식이 있어야 한다. 게임개발 분야는 알고리즘적 사고력이 토대가 돼야 한다. 웹 분야는 프로그램 간 교신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

이처럼 필수지식의 복잡·다양성 때문에 대학이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초중고, 특히 중고교에서 진로를 정한 뒤 대학 입학까지 필수지식을 최대한 배워 놓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어떠한가. 2015년에 교육과정 개정이 있었고 2021년부터 기획한 새로운 교육과정 개편안인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올해 10월에 최종 확정된다. 교육과정 개정 내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수학교육의 축소이다. 진보교육단체는 꾸준히 하향평준화와 수능폐지를 목표로 활동해 왔다. 교육과정을 보면 국가가 고등학교에서 배울 모든 과목을 깨알같이 정해 놓고 있는 데 과연 이런 방향이 옳은가하는 회의감이 생긴다.

교육과정 개편에서도 이해집단의 밥그릇 싸움과 이념 투쟁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국가의 개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국가가 개입해 편향된 이념집단의 영향을 줄여야 하는 데 오히려 이들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그 결과로 교육과정과 4차 산업시대의 인력수요 간 괴리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래서 공학계열에 들어온 학생들의 수학능력이 수준 이하이고 결국 대학에서 방학 중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학과 통계를 다시 가르쳐야 한다.

SW·게임·웹 개발과 인공지능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대학에서 무엇을 가르치는데 졸업생 수준이 이 모양이냐’고 비판한다. 국가가 나서 교육과정과 대입제도를 정할 때는 인재 양성이 최우선시 돼야 하는 데 정치집단에 끌려 다니고 있다. 이런 점만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현대국가가 아니라 고대국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윤석열정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과학교육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경제적 속국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중국 과학기술협회와 중국공정원이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공대 졸업생이 14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이들 중 대다수가 인공지능·반도체·빅데이터·자율주행을 전공할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무한리필’에 가까운 국가 예산을 디지털 인재 양성에 쏟아 붓고 있다. 우리가 100만 명이라는 숫자로 양적승부를 하려 한다면 백전백패다. 경쟁국의 인해전술에 대응해 정예부대로 승부한다는 전략을 수립해야 그나마 경쟁이 가능하다.

우리처럼 작은 나라가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내지 않으면 앞길이 캄캄하다. 집단이기주의, 고리타분한 이념 싸움, 전문성 부족과 엉뚱한 방향 설정에 빠지면 우리는 결국 독립국가의 지위를 잃게 된다. 경쟁과 수요를 염두에 둔 교육정책과 교육과정을 만들어 초중고부터 인재양성의 토대를 쌓아야 대학에서 원숙한 인재를 배출할 수 있다.

교육정책과 대입제도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교육지원 플랫폼의 구축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SW 프로그래밍을 중도에 포기한다. 진도가 나갈수록 복잡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대, 도저히 두뇌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중고와 대학에서 프로그래밍을 가르칠 교원이 태부족이다. 대학교수에겐 연구가 중요하므로 프로그래밍교육은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국가가 관여해야 할 분야가 바로 이런 곳이다. 정부가 ‘SW자율학습플랫폼’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각 IT언어마다 단계별 연습문제와 미니 프로젝트를 만들어 학생들이 차근차근 SW학습을 따라 오도록 해야 한다. 중도 포기하는 학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미 선진국에선 정교하게 만든 유료사이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를 참조해 학생들이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런 학습플랫폼을 만들어 주면 학생들을 중심으로 SW학습커뮤니티가 생겨나고 집단지성의 거대한 생태계가 만들어 질 수 있다. 자연스럽게 토론과 협업, 그리고 자기주도형 교육이 가능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학교의 학점이수와 연계하면 금상첨화이다. 우리나라가 이런 제도를 잘 만들면 전 세계의 벤치마크 대상인 ‘K-IT교육’시스템이 될 수 있다. 새 정부는 △초중고의 수학·통계 교육 강화 △대학입시 전형 개혁 △SW학습 플랫폼과 생태계 구축을 기획했으면 한다. 디지털인재 양성은 단지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작은 나라가 대국과 경쟁하려면 인재양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정권의 역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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