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귀신 아닌 후임 잡는 해병대였나

잊을만 하면 터지는 해병대 사건사고
후임에게 가혹행위 강요하는 '똥군기'가 배경
해병대 부사관 지원율 5년만 62%↓
후임 인간으로 대하는 문화 만들어나가야
  • 등록 2022-04-25 오전 6:00:00

    수정 2022-04-25 오전 6:00:00

(사진=연합)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해병대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해병대 병장들이 생활관 막내라는 이유로 후임병사를 폭행하고 성추행하는가 하면, 후임병이 하극상을 했다며 집단폭행을 가하고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힌 일도 벌어졌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간 한 탈영병은 탈영이유로서 부사관을 준비했다는 이유로 ‘기수열외’라는 집단 따돌림을 받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해병대 사건 사고의 특징은 특징이 있다. 강한 위계질서를 핑계 삼아 피해자에게 불합리한 가혹행위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강제로 음식을 먹이는 취식강요 행위, 이른바 ‘악기바리’나 호봉에 따라 할 수 있는 행동을 규정한 ‘호봉제’ 등 악명 높은 해병대의 악습은 이같은 이같은 사건사고가 개인의 일탈행위가 아닌 뿌리 깊은 군 내 병폐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실제 괴롭힘을 당한 후임병사는 일부 간부에게 도움을 구하려고 했지만, 이마저 묵살됐다고 증언했다. 우크라이나 탈영병 역시 ‘마음의 편지’(비밀 편지를 통해 지휘관에게 부조리를 고발하는 것)를 썼지만 간부들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해병대 일원들은 불합리한 광경을 보아도 방관하게 되고 선임이 되면서 또다시 불합리한 행위를 강요하게 되는 부조리에 놓이게 된다. 어제의 피해자가 오늘의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독일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다.

해병대의 이같은 문화는 군 전체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020년 군 간부 경쟁률은 1385명 모집에 단 2615명만 지원해 경쟁률이 1.9대 1을 기록, 2016년 대비 63% 감소했다. 최근 저출산 심화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가 곧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해병대의 턱없이 낮은 간부 지원율은 입대 당시의 자부심이 끝까지 이어지지는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대로 가다간 해병대의 존립이 위험하다. 귀신 잡는 해병대의 명성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후임을 인간으로서 대해주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군 전체의 쇄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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