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패권다툼에 K배터리 유탄..공급망 새판짜기 정부가 나서야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
미국·유럽 시장 선점해야 中 기업과 경쟁 가능해
IRA 통과에도 中 의존도 낮추기 어렵다 지적도
배터리 특위 등 만들어 전방위 지원 나서야
호주 등과 광물 동맹부터 배터리 재활용 R&D까지
  • 등록 2022-08-22 오전 6:00:00

    수정 2022-08-22 오전 6:00:00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배터리 업계에서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 배터리사들의 경쟁자인 중국 업체들이 아직 자국 시장에 머물러 있는 이 시기에 나머지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해야 중국 기업에 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
그러나 글로벌 환경이 녹록치 않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을 통과시키고 자원 부국인 남미 국가들이 앞다퉈 리튬 등 광물 국영화에 나서면서 배터리 관련 공급망 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있어서다.

글로벌 신기술인 배터리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각국이 펼치는 공급망 보호주의 속에서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앞세운 중국의 공급망 장악과 시장 확대에 대응할 제대로 된 ‘무기’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될 정도다. 이에 배터리 산업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기업은 물론 정부도 어느 때보다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유럽 시장 선점해야 中 기업들과 경쟁 가능

현재 전기차 시장은 유럽연합(EU)과 중국이 양분하고 있다. 보조금을 지급하며 시장을 늘린 결과 지난해 기준 EU의 전기차 판매는 전 세계 판매의 46.1%를, 중국은 44.4%를 차지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장이 곧 3각 구도를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전기차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며 결국 미국과 유럽, 중국이 각각 30%의 시장을 차지하고 나머지 지역이 10%를 담당하리라는 예상이다.

외국계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로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있는 중국 시장은 국내 기업이 진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중국은 로컬 기업과 합작회사를 필수적으로 설립해야 하고 지분율은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규제를 설정해 중국 배터리사를 키워왔다. 이 때문에 국내 배터리사는 미국과 유럽 시장의 점유율만을 가지고 중국 기업들과 경쟁을 펼쳐야 하는 ‘핸디캡’을 안고 있다. 지금까지는 국내 배터리사들이 미국과 유럽 지역에 생산기지를 세우며 중국 외 시장에서는 점유율을 앞서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예상보다 빠르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초격차 기술에만 매달리기엔 역부족

실제로 올 들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배터리를 주로 채택해왔던 완성차 업체 중 다수가 중국 배터리사와 협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테슬라와 BMW, 폭스바겐은 이미 중국의 CATL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SK온과 긴밀하게 협력해온 포드도 최근 CATL과 10년간 배터리와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한 협력에 돌입하겠다고 밝혔고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궈쉬안에 지분투자를 진행했다. GM도 궈쉬안과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도 유럽과 미국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세계 배터리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CATL은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을 밝혔고 북미 시장 대응을 위해 멕시코 등에 공장을 짓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이처럼 중국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채택을 늘리고 있는 것은 가격 경쟁력과 배터리 공급 부족 우려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에너지 밀도’ 등 기술적 우위를 차지했던 국내 기업들도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다.

아직 중국 기업들이 유럽과 미국 등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지 못한 데다 미국이 IRA 발효를 통해 중국 기업 견제에 나서고 있어 현재로선 국내 배터리3사가 유리한 위치에 있는 듯 보이지만, 중국 기업들의 유럽과 미국 진출이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업계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당장 중국의 의존드를 낮추기 어렵다는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광물 제련소를 만드는 것조차 7~8년의 긴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한편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등과 같은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을 통해 중국을 따돌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수년 후에야 상용화가 가능할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기업의 미래를 걸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차세대 배터리로 ‘전고체 배터리’를 언급하지만 이미 30년 이상 상용화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은 배터리 시장 위기와 문제를 돌파할 기술을 지닌 차세대 배터리가 당장 등장하기는 요원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역할 중요해져…특위 등 전방위 지원 시급

배터리 시장의 경쟁이 단순히 기업 간 경쟁이 아닌 국가별 패권 다툼으로 변하며 정부의 보다 광범위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배터리 3사가 양극재와 음극재와 같은 소재 부분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소재 다변화만 해도 기업이 저렴한 중국산을 두고 다른 공급망을 찾으려면 원가 상승과 같은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반도체 특위 이상의 배터리 특위를 만드는 등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테면 배터리의 필수 광물로 손꼽히는 리튬과 니켈 등을 국내 기업들이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는 호주와 캐나다, 칠레 등 자원 부국과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협력안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대비 인력과 기술, 자금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중소 소부장 기업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과 함께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 산업이 확대될 수 있도록 폐배터리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연구개발(R&D)을 강화하는 정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이 우리에게 기회가 되려면 양극재와 전구체, 음극재 원료 내재화와 재편이 절실하며 기업 자구책만으로는 역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참여정부 당시 차세대 전지 성장동력 사업 이행 때 진행한 ‘특허맵’과 ‘기술로드맵’ 등 필요하다면 전 정부의 과제라 해도 부활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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