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드는 투자 가운데 입맛에 맞는 것만 까다롭게 골라받던 바이오벤처들이 최근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신음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불황이 본격 전개되면서 바이오 투자자들이 서둘러 지갑을 닫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콧대높던 바이오벤처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요즘 바이오벤처 최고경영자(CEO)들의 1순위 경영 목표로는 ‘자금확보’가 자리잡았다. 그야말로 벤처캐피털 등 투자자들에게 ‘갑’으로 군림하던 바이오벤처들이 이제는 ‘을’로 전락하면서 처지가 180도 바뀌었다.
최근 몇년 사이 국내 바이오업계는 신약개발 실력을 크게 높이고, 기술수출도 대폭 늘리면서 K바이오에 대한 국내외 인식을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최근 K바이오의 비약적인 성장세는 바이오는 조만간 자동차, 반도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할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올들어 바이오 투자 빙하기가 도래하면서 K바이오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나온다. 무엇보다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는 바이오 투자 빙하기는 이제 막 글로벌로 도약하려는 K바이오에게는 치명타가 될수 있다. 당장 충분한 실탄을 확보하지 못한 바이오 벤처들 상당수는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거나 매물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 벤처마다 조직 슬림화나 비용 절감등으로 이 난국을 극복하려 하지만 생존을 담보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그나마 이 빙하기가 오기 전 충분한 투자금을 마련한 일부 바이오벤처들은 계획대로 신약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결국 바이오벤처들이 이 난국을 이겨내고 신약개발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신약물질 포트폴리오 구조조정과 과감한 사업매각등을 통한 자구책 확보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 그간 상당수 바이오 벤처들은 넘쳐나는 투자금으로 방만한 경영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뛰어난 신약개발 역량을 갖춘 곳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발군의 실력있는 기업이라는 진리를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