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공모주 외국인 우대, 이대로 둘 텐가

외국인에 유리한 공모株 청약…개선 필요
  • 등록 2021-06-03 오전 5:30:00

    수정 2021-06-03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도대체 우리나라 공모주 청약은 누구를 위한 건가요?”

최근 국내 공모주 배정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 해외 기관 확약비율이 공개된 이후 불만의 강도가 더 거세지고 있다.

이데일리가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단독 확보한 SKIET 공모주 해외 기관 투자자의 확약 비율은 36.6%에 불과했다. 국내 기관이 96.4%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해외 기관은 상장하면 ‘팔겠다’라는 의지가 더 강했던 셈이다.

해외 기관들은 SKIET가 너무 고평가됐다고 느꼈을 수 있다. 그럼 그렇게 느낀 이들에겐 그만큼의 적당한 물량을 배정했으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해외 기관은 확약 없이도 전체 공모물량의 44%를 가져갔다. 그리고 이들은 첫날부터 매물 폭탄을 던졌다. 외국인은 상장 첫날부터 28일까지 13거래일 동안 누적 매도 규모 4653억원 어치 중 3616억원어치를 첫날에 던졌다. 국내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연일 사자에 나섰음에도 주가가 14만원대로 내려앉은 주된 이유였다.

국내 기업과 증권사들이 해외 기관 투자유치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챙기는 사이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SKIET 사태 이후 기업공개(IPO) 공모주 시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하다. SKIET 이후 상장한 에이치피오(357230), 씨앤씨인터내셔널(352480), 샘씨엔에스(252990) 등 6곳의 기업(스팩 제외) 중 2곳은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특히 에이치피오는 올해 수요예측을 실시한 기업 중 처음으로 공모가를 희망 밴드(2만2000~2만5400원)의 최하단에 형성하기도 했다. 올해 이뤄진 수요예측의 대부분에서 공모가가 희망밴드 최상단, 혹은 최상단을 가볍게 뛰어넘었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분위기를 IPO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순기능적 요소로 판단하기도 한다. 시장 원리를 통해 고평가되고 있는 공모가가 적정 가격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장의 순기능을 얘기하는 건 맞지 않아 보인다. 기회의 불평등을 얘기하고 있는데 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설명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기관 배정 물량을 개인에게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해외 기관 관련 정보의 투명 공개다.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증권신고서에는 국내외기관의 확약비율만 나와 있다. 국내 IPO 변수로 떠오른 해외기관의 비중이 따로 적시되지 않아 개인이 해외 기관의 확약을 확인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의 관련 기준 변경이 필요하지만, 당국은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외국인의 역차별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SKIET 공모청약에서 해외 기관의 확약비율을 개인투자자들이 미리 알았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형성 후 상한가)’에 대한 헛된 기대를 키우지 않을 거다. 그리고 매도 타이밍을 충분히 고민해 출구전략을 모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공모주 청약 붐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앞으로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LG에너지솔루션 등과 같은 대어급 IPO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그때도 해외 기관이 쉽게 받아 쉽게 매도할 수 있는 구조 그대로라면 한국 IPO는 해외기관에 현금인출기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게 금융당국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이번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이 재현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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