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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대신 어부로 변신…"노력한 만큼 결실, 자주권 커졌죠"

[가고, 머물고, 살고 싶은 어촌 만들기]
35세의 나이에 고성 정착…"초반에 두려움 커"
"얽매이지 않아 자유로워…하는 만큼 성과 창출"
"현지인과의 융합 중요…귀어 전 한달살이 추천"
  • 등록 2021-10-22 오전 6:49:00

    수정 2021-10-22 오전 9:31:36

서울에서 간호사로 7년간 일하다가 강원도 고성에서 어부와 횟집사장으로 정착한 안정운씨. (사진=본인 제공)


[고성(강원도)= 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서울에서 누리던 것들을 모두 정리하고 어촌에 정착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막상 귀어를 하고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 대형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7년 간 일하다 35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고성에 귀어한 안정운 씨(39). 지금은 어부이자 횟집 사장으로 인생을 살고 있다.

“귀어 두려움 컸다…삶에 대한 자주권 높아져 만족”

처음부터 귀어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쉬는 날 부모님 집에 왔다가 고성에 정착하게 됐다. 그의 발길을 잡은 것은 달라진 공형진항의 모습이었다. 그는 “어판을 할 때를 빼곤 종일 조용하기만 했던 공형진항이 1종 항구로 지정된 후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며 “횟집이 하나둘씩 생겼고 공형진항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생사의 경계를 오가는 사람들을 돌보며 치열하게 살았던 그에게 활력이 넘치는 마을은 치유로 다가왔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어부인 아버지를 따라 배를 타고, 어머니와 함께 횟집을 시작했다. 고성에서 나고 자란 그이지만, 귀어는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안씨는 “매달 직장에서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다가 이를 포기하고 가는 것이 처음에는 굉장히 두려웠다”며 “막상 내려와서 일해보니 재미를 느꼈다”고 회고했다.

귀어를 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그는 “얼마만큼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며 “정해진 시간 동안 일을 해서 동일한 급여를 받는 직장 생활과 달리 시간적 여유가 있고 내가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을 수 있어 인생의 자주권이 강해졌다”고 귀어 생활을 한 마디로 정리했다.

늙어가는 어촌마을…외국인으로 채워져

안씨는 공형진항에서 젊은 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어르신들이 하기 어려운 온라인 마케팅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어촌을 홍보하고, 횟집을 찾은 사람들에게 주변 숙박업체를 소개해 주거나 관광 팁을 전수해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어촌 활성화를 위해서다.

(자료=강원도 고성군)


안씨는 “어촌마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고성도 그렇다”고 걱정했다. 예를 들어 배를 타고 나가 고기를 잡아 오면 빨리 팔아야 신선도가 유지되는데 중간에서 작업해 줄 사람이 없다. 작업이 지연되면 입찰가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심각한 경우 생선이 그대로 썩어 버려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어촌의 고령화 심화는 전국적인 문제다. 고성 지역의 한국인 수는 2016년 3만114명, 2017년 3만29명, 2018년 2만8144명으로 매년 감소 추세다. 부족한 일손은 외국인이 채우고 있다. 같은 기간 고성에 정착한 외국인 수는 635명, 842명, 974명으로 늘었다.

정부는 귀어를 독려하고 귀어인의 정착을 돕기 위해 귀어귀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고성군도 귀어업인을 끌어모으기 위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귀어업인에 창업자금을 3억원 이내로 지원하고 주택자금을 세대당 7500만원을 지원한다. 금리는 2%로, 5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이라 시중은행보다 이자 부담이 적다. 만 40세 미만의 어업경력 3년 이하의 신규 어업 창업자에는 1년차에 매달 100만2000원을, 2년차에는 월 90만원을, 3년차에는 월 80만원을 지원한다.

“귀어를 생각한다면 ‘한 달 살기’부터 해 보세요”

귀어 선배로서 안정운 씨는 귀어를 생각 중인 사람들에 권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는 “삶은 현실이기에 귀어하기 전에 실제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귀어를 결정하기 전 먼저 어촌에서 한 달 살기 등을 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어촌 생활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줄여 정착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안씨는 “귀어에 대한 교육을 듣다 보면 희망적인 이야기와 자금 지원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룬다”며 “그래서 귀어를 한 후 실정을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귀어·귀촌인이 적응하지 못하고 도시로 돌아가는 것이 현지인의 텃세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일정 부문 동의했다. 항구가 협소해 배가 늘면 작업이 불편해지고, 조업할 수 있는 영역이 정해져 있어 경쟁이 치열해진다. 게다가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가친 채 수십 년을 살아왔다. 이 정도면 부딪히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안씨는 “오랜 세월 어촌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오신 분의 지혜와 역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어르신들에게 배울 점이 있고 장점도 있으니 귀어를 하려면 무엇보다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형진항 전경. (사진=한국어촌어항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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