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원자재값 상승이 준 금리 시그널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 등록 2021-06-09 오전 5:45:00

    수정 2021-06-09 오전 5:45:00

[이종우 이코노미스트]UN 경제사회국의 이코노미스트인 빌지 어튼(Erten)과 미국 컬럼비아대학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Ocampo) 교수가 1894년 이후 원자재 가격 동향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지난 120년간 네 번의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있었고, 이번에 다섯 번째 상승 주기가 시작됐다는 게 논문의 핵심 내용이다.

첫 번째는 1894년 시작해 1917년 정점을 찍고 1932년 대공황 말미에 끝났다. 두 번째는 1951년에 정점을 찍고 1971년까지 이어졌다. 세 번째 주기는 다른 때와 달리 두 번의 고점이 있었다. 처음은 1973년 오일 쇼크로 사이클이 시작되고 2년 만에 정점이 만들어졌다. 1980년에 다시 한번 정점을 만든 후 20년 가까이 하락했다. 네 번째 주기는 1999년에 시작해 2016년에 끝났다. 작년에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얼어붙어 국제 유가가 한때 마이너스까지 떨어졌지만 하락이 선물 만기와 관련된 특이한 경우여서 의미를 둘 정도는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작년 하락에 대한 반작용으로 올 들어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강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섯 번째 원자재 사이클의 향방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네 번째 사이클을 꼼꼼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이클은 네 번째 사이클이 진행됐던 토대 위에서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 원자재 사이클은 다른 어떤 때보다 상승률이 컸다. 원유가격이 466% 올라 두 번의 오일 쇼크가 있었던 세 번째 사이클보다 100%포인트 이상 높았다. 금속 가격도 마찬가지여서 200% 가까이 상승했다.

다른 때보다 사이클 진폭이 큰 것도 특징이다. 2008년 7월 14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배럴당 145.1달러로 고점을 기록했다. 이후 의미있는 저점이 30달러대에서 만들어졌으니까 고점 대비 하락률이 80%를 넘는다. 과거 세 번의 하락 사이클 때보다 네 번째 주기 때 하락률이 훨씬 컸다. 석유를 제외한 다른 상품가격도 비슷했다. 하락률이 64%로 앞서 있었던 세 번의 사이클 때 평균 하락률 47%보다 훨씬 컸다.

네 번째 사이클 때 원자재 가격 변동이 심해진 건 금융의 영향 때문이다. 원자재는 다른 어떤 것보다 수요와 공급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품이다. 현실경제에서 실제로 사용되기 때문인데 여기에 금융부분의 힘이 더해져 가격 변동이 커졌다. 이 관계는 다섯 번째 사이클에도 적용된다. 코로나19로 저금리와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돼 금융부문의 영향이 어떤 때보다 커졌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변동이 심할 수밖에 없다.

최근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린 동력은 두가지다. 하나는 경기 회복으로 원자재 수요가 늘 거란 기대가 작동했다. 다른 하나는 저금리이다. 코로나19로 주요국 정책 금리가 최저 수준까지 내려온 후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유동성 공급도 이루어졌다. 작년 3월부터 1년간 전세계에서 16조달러의 재정 지출이 시행됐는데, 이는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액수다. 막대한 양의 유동성이 공급돼 여러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는데 원자재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계속될 경우 금리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하반기에 많은 선진국이 집단 면역에 도달해 서비스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쳐 금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 금리는 국내외 경제 상황과 맞지 않는다. 올해 미국 경제가 7%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에도 3%대 성장이 예상된다. 물가 역시 3% 이상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연준이 기준 금리 인상을 부인하더라도 시중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연 1.5~1.7% 사이에 머물고 있는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조만간 다시 상승을 시작해 연말에 연 2.5%까지 올라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뜩이나 인플레 압력이 높은 상태에서 원자재 가격까지 상승하기 때문에 금리가 조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 우승의 짜릿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