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텅 빈 본회의장, 누굴 위한 `필리버스터`인가

`우리 편` 발언 끝나면 자리 뜨는 의원들
존중과 협치 운운…명분은 없고 비방만 난무
`시간끌기` 퍼포먼스 무대로 전락한 토론장
  • 등록 2022-04-29 오전 6:00:00

    수정 2022-04-29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토론이란 무엇인가. 입장차가 뚜렷한 주제에 양측이 근거와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말하기 방식을 뜻한다.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두고 진행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그 명분을 상실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의원도 없고, 논증과 건강한 비판은 사라진 채 서로에 탓으로 돌리기 급급했다.

권성동(오른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됐던 ‘검수완박’ 법안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마친 뒤 이동하며 악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좌석 점거와 폭력사태가 난무했던 `검수완박` 법안을 둘러싼 27일 필리버스터 현장은 썰렁함 그 자체였다. `힘든 과정은 다 끝났다`는 민주당의 판단이었을까. 수정안은 무시된 채 민주당 원안을 상정해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와 전체회의를 단독 기립 표결로까지 보여줬던 민주당의 그 강한 의지는 필리버스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보란듯이 `국민독박 죄인대박`이라고 써진 피켓을 세워둔 채 착석했다. `우리 편`의 발언이 끝나는 동시에 의원들은 우르르 본회의장을 빠져나왔다.

논리적인 비판도 없었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 권력으로 간신히 틀어막던 지난 5년 동안의 민주당 정권의 부정부패 실체가 국민 앞에 두려웠기 때문일 것”이라고 정치공세에 치중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은 “조용히 안 해”라고 소리를 지르며 맞받아쳤다. `반쪽 국회`에선 서로를 향해 늘 운운하는 존중과 협치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의사 진행을 방해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이뤄지는 필리버스터라지만, 국민이 기대하는 필리버스터는 이러한 모양새는 아닐 테다. 마지막까지 합리적인 대안을 위해 교화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공론장이 돼야 할 곳이 어느샌가 부터 `시간 끌기` 퍼포먼스의 무대로 전락했다. `국민의 뜻을 떠받들겠다`고 입에 달고 사는 여야는 본인들의 이런 행태가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행동인지 거듭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6시간 48분간의 필리버스터가 끝난 뒤 맞잡은 양당 원내대표의 손이 부끄럽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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