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두 번 절망하는 방광암 환자…인공방광 수술로 희망 안겨줄 것"

이동현 이대비뇨기병원 추진단장, 세상에 없던 병원 ‘비뇨기병원’ 2월 오픈
이대목동병원에서 인광방광. 전립선 등 모든 비뇨기 질환 치료
  • 등록 2022-01-26 오전 6:47:22

    수정 2022-01-26 오전 6:47:22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방광암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은 두 번 좌절을 겪는다. ‘암’이라는 말에 한 번 좌절을 겪고, ‘소변 주머니를 차야 한다’는 말에 절망한다. 최소한 두 번의 좌절 중 한 번의 좌절은 겪지 않도록, 극복할 수 있게 하겠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이동현(비뇨의학과) 인공방광센터장(56)을 만났다. 국내에서 인공방광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의사 중 하나다.

소변을 저장했다가 배출하는 기관인 방광에 암이 생기면 적출하고, 옆구리를 통해 소변 줄을 다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방광암 치료다. 이동현 교수는 이를 대신하는 치료, 인공방광 수술로 환자를 치료한다. 환자의 소장 일부를 잘라 동그랗게 방광 모양으로 만들어 요도에 붙이는 수술이다. 쉽게 말하면 장을 이용해 방광을 만드는 것이다. 방광의 기능을 완벽히 해내는 것은 아니지만 절반 이상 대체할 수 있는 수술이다.

인공방광수술은 방광암으로 방광을 절제한 환자가 주로 받는다. 올 1월 발표된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방광암은 국내에서 10번째로 흔한 암으로 3만7772명이 앓고 있다. 남성 발병 암 중에서 8번째로 많이 발생한다. 과거 펠로우(전임의) 시절 ‘해외에서 이런 수술을 하는데 한번 해 보라’는 은사의 제안으로 첫 수술을 한 그는 1996년 이래 홀로 집도한 인공방광수술이 1000건이 넘었다.

“요도괄약근, 신경이 다 절제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는 없죠. 인공방광수술을 하면 소변이 샐까, 냄새가 나지 않을까 걱정해 외출을 꺼리는 일이 없어집니다. 인공방광수술은 외관상 티가 나지 않는데다 사우나, 골프, 수영, 성생활까지 가능해 환자 만족도가 높습니다”

1000건이 넘게 수술을 집도하다 보니 노하우가 축적돼 8시간 걸리던 수술시간이 이제 3시간 정도면 마칠 수 있게 됐다. 수술시간을 줄이면 합병증이 적고 환자 회복도 빠르다. 특히 신경과 혈관 손상을 최소화해 출혈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고령 환자 등도 큰 문제 없이 수술 가능해 이 교수에게 수술을 받은 환자10명 중 4명 정도는 70세 이상 고령 환자다. 90세가 다 된 할아버지도 이 교수에게 수술을 받았다. 수술 사망률이 2.4% 정도 되지만 이 교수가 집도한 수술에서 그간 문제가 생긴 일은 없었다.

밀려드는 외래환자와 수술에 밥 먹을 시간도 모자란 그가 일을 냈다. 오는 2월 이대목동병원에 비뇨기병원이 문을 연다. 이대비뇨기병원 추진단장으로 비뇨기병원 개원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 교수는 “정말 살면서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라면서도 “국내 최초로 대학병원에 센터가 아닌 비뇨기병원을 내 손으로 만들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이 교수가 비뇨기병원을 만들고자 한 것은 비뇨기병원이 고령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병원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비뇨기 질환이라고 하면 무조건 고개를 흔든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비뇨의학과가 가장 인기 있는 과 중 하나다. 이제 우리나라도 비뇨기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야 할 때가 왔다. 비뇨기는 전 연령대에 걸쳐 아주 중요한 기관이다. 요실금 등 배뇨장애를 겪는 노인들이 너무 많다. 전립선비대증도 마찬가지다. 이런 환자들이 믿고 찾아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 싶었다. 그것이 바로 이대비뇨기병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공방광수술을 한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수술센터의 노하우도 이대비뇨기병원에 접목한다. 이 교수는 “방광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감염내과, 외과, 방사선과, 조직 병리 등 여러 진료과 전문가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인공방광센터에서 이 시스템을 최적화한 경험을 토대로 더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비뇨기병원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비뇨기병원에는 관련 분야 전문 의료진이 참여한다. 인공방광 분야는 이 교수가 책임지고, 전립선암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김청수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내년 2월 정년 퇴직 후 이대비뇨기병원에 합류한다. 여기에 배뇨장애 분야 수술 중 가장 어렵다고 평가되는 인공괄약근 수술 경험이 풍부한 신정현 교수가 1월에 합류한다. ‘비뇨기 로봇수술 1세대’인 김완석·김명수 교수는 이미 진료를 시작했다. 이 교수는 “우선 10명의 전문의로 시작하지만 앞으로 20명 이상 전문의를 배치해 최대 규모의 특화된 병원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교수는 “나이 들면 머리가 희고 주름지듯 방광도 노화해 배뇨장애가 많이 온다. 비뇨의학과에 대해 성병, 발기부전 수술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많은데 믿고 맡기는 비뇨기과를 만드는 것이 소망”이라며 “비뇨기 관련 검진 센터도 만들어 50~60대 남성들이 전립선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진단, 검사받는 센터를 세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는 2월 문을 여는 이대목동병원 비뇨기병원의 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이동현 인공방광센터장(비뇨의학과)이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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