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시장이 기대했던 국채금리 안정책은 없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최근 국채금리 급등세를 지켜보고 있다는 언급은 했지만, 특정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힌트는 전혀 주지 않았다. 추후 올 수 있는 인플레이션 성격에 대해서는 “일시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사실상 국채금리 상단을 열어놓은 듯한 파월 의장의 언급에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장기국채를 중심으로 금리는 폭등했고, 이에 연동해 증시는 하락 폭을 키웠다.
“국채금리 하나 아닌 시장 전반 주시”
파월 의장은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개최한 잡스 서밋 화상 컨퍼런스에서 “(팬데믹이 완화하면서) 경제가 다시 열리면 기저효과 때문에 약간의 물가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이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했다.
파월 의장은 또 “과거 1960년대 혹은 1970년대 인플레이션이 치솟았던 과거 사례들을 유념하고 있다”면서도 “지금 상황은 다르다”고 했다. 그는 “향후 1년 내 물가가 오를 것으로 보지만 (연준 통화정책 목표치인) 2%를 훌쩍 넘을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21~2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74만5000건으로 전주(73만6000건) 대비 9000건 늘었다. 팬데믹 이전 신청 최대치가 2차 오일쇼크 때인 1982년 10월 첫째주 당시 69만5000건이었다는 점에서, 현재 미국의 실업난은 역사상 최악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은 아직 먼 얘기라는 뜻이다.
파월 의장은 아울러 시장의 관심사였던 국채금리 급등에 대해서는 “(최근 10년물 국채금리 급등 등을) 지켜봤다”며 “연준의 목표를 위협할 수 있는 시장의 무질서한 상황 등을 우려한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하나의 금리를 주시하는 게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을 지켜보고 있다”며 발언 강도를 스스로 누그러뜨렸다. 최근 증시 조정론의 근거인 국채금리 급등을 완화하기 위해 따로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장기금리를 안정화하는 차원에서 채권수익률통제(YCC) 혹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를 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앞서 지난 2일 라엘 브레이너스 연준 이사는 “지난주 국채시장의 금리 급등과 속도가 눈에 띄었다”며 구두 개입성 발언을 했는데, 파월 의장이 한 발 더 나아간 언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이 이날 △금융 여건의 긴축 상황 △시장의 무질서한 상태 등의 가능성을 들며 우려를 표한 건 브레이너드 이사의 발언과 통하지만, 그는 곧장 특정 자산 혹은 상품이 아닌 금융시장 전반(financial conditions generally)을 두고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수차례 암시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아담 크리사풀리 창업자는 “파월 의장은 국채금리가 과도하게 오를 경우 연준이 어떤 조치를 취할 지에 대해 막연했다”고 진단했다.
나스닥 2.2%↓…주식·채권시장 패닉
그의 발언이 나오나자마 시장은 격하게 실망감을 표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1.486%에서 출발해 파월 의장의 언급 이전 1.4% 중반대에서 움직였는데, 발언 직후 장중 1.555%까지 폭등했다. 30년물 국채금리의 경우 2.321%까지 치솟았다. 장 초반 0.7% 초반대를 기록했던 5년물 금리는 0.787%까지 올랐다. 정책금리 인상은 아직 먼 얘기라는 점을 파월 의장이 시사하면서 3개월물, 2년물 등 단기국채는 보합 흐름을 보였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채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증시가 계속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