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제안보시대의 통상…어딜 가냐가 아닌 무얼 하느냐의 문제

韓철강업계 이익 위해 받아들인 쿼터제
상황 바뀌면서 오히려 자충수돼
국제사회 변화 속에서 룰메이커 역량 중요
  • 등록 2022-03-25 오전 6:00:00

    수정 2022-03-25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23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당분간 한국과 철강제품의 대미수출 제한 문제에 대한 재협상을 할 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한국은 그간 관세 혜택을 받아온 만큼 재협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8년 자국 내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우리나라는 이를 피하려고 2015~2017년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의 70%로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받아들였다. 반면 유럽연합(EU)와 일본, 영국은 고율관세의 직격탄을 맞았다.

상황이 바뀐 것은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후다. 철강 부족이라는 미국 내 상황과 맞물려 바이든정부는 EU와 일본, 영국과는 재협상을 통해 일정한 물량의 관세를 철폐하되 이를 넘어선 물량에는 관세를 매기는 저율할당관세(TRQ) 방식의 합의를 도출했다. 변화하는 국제시장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 철강업계는 볼멘 소리밖에 할 수 없게 됐다.

이 사례는 현 국제사회에서 중장기적인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준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내밀며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를 올렸을 때, 우리 정부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들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고 입장이 바뀌며 이는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이 처한 상황이 더욱 녹록치않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예측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로 인해 하늘길이 끊기고 유가가 한때 130달러선을 넘기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또 누가 예상했을까.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코로나 이전 시대의 회귀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치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통상 기능을 둘러싼 논의는 어디에 둘 것인가가 아닌 앞으로 무엇을 하는 것이냐에 집중돼야 한다. 과거 통상이 ‘자유무역’이라는 틀 속 정해진 규칙을 바탕으로 승패를 다투는 싸움이었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유리한 룰(Rule)을 만들어나갈 수 있느냐에 대한 싸움이 될 것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국가간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지고 그 영역은 상품·서비스뿐만 아닌 디지털·환경·에너지 심지어 우주로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 시점에서 한국의 통상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최근 외교통상부 부활과 산업통상부 존치를 둘러싼 논쟁에서 선제돼야 할 답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미녀 골퍼' 이세희
  • 돌발 상황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