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지난해 수확기(10~12월) 쌀값이 1년 전보다 9% 급락했지만, 쌀값 대책은 정치 혼란 속 뒷전으로 밀린 채 방치되고 있다. 구조적 공급 과잉이 심화하며 대책이 시급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소모적인 논쟁만 반복하다 정책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판이다.
 | 서울의 한 대형마트 쌀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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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확기(10~12월) 평균 산지 쌀값은 80kg에 18만 4700원으로, 1년 전(20만 2797원)보다 8.9% 하락했다. 정부가 목표한 20만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정부가 햅쌀 초과 생산분(12만 8000t)의 1.5배 이상 많은 20만톤(t)을 시장격리 하는 등 쌀값 방어에 나섰지만, 구곡 재고가 쌓이면서 햅쌀을 적극적으로 구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쌀값은 농가 소득을 결정하는 핵심적 요소로, 쌀값이 떨어지면 농가 소득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구조적 공급 과잉 심화로 쌀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1인당 평균 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데 쌀 생산량 축소가 더딘 점도 공급 과잉을 부추기고 있다.
윤석열 정부 내내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정쟁만 반복하며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대안 마련에도 정부와 국회 모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문제다.
김한호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와 국회 모두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하면 쌀값 문제는 점차 더 심화할 것”이라면서 “정치권에서 남는 쌀을 다 사주겠다는 식의 ‘방패막이’까지 만들어주겠다고 하니 농민들은 쌀 생산을 줄일 유인이 더 없어졌다.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