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주택금융, 무게추를 옮겨라

  • 등록 2023-05-31 오전 6:15:00

    수정 2023-05-31 오전 6:15:00

[김선욱 IBA홀딩스 대표·미국 공인회계사] 지난 4월1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미국 지니메이(Ginnie Mae) 대표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니매는 민간발행 주택저당증권(MBS)에 지급보증을 해주는 미국 정부기관이다. 이 만남이 우리나라 주택금융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한국의 왜곡된 주택금융 정상화를 위해 HUG는 기존 사업모델을 축소하는 대신 지니매 사업모델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잘못된 주택금융정책 탓도 있다. 경제개발 시대의 유물인 전세제도가 지금까지도 보편적 임대차 계약 형태로 남아 있는 이유는 제도 자체의 우수성 때문이 아니다.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등 정부의 공적 보증을 통한 주택금융이 지탱해줬기 때문이다.

주택금융의 초점은 전세가 아니라 월세와 자가에 두되, 주거문화 선진화를 위해 국민의 자가 소유를 지원하는 주택구입 모기지론 확대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HUG의 공적보증 역량을 전세대출이 아닌 주택구입 모기지론으로 돌려야 한다. 이 모기지론은 은행이 취급하는 대출이지만 기존 은행 주담대 또는 주금공 보금자리론과 달라야 한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높지만 보금자리론보다 완화된 규제가 적용돼야 하고, 만기까지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초장기 분할상환이어야 한다. 80% 수준의 고LTV 이어야 하는 이유는 적은 목돈으로도 내집 마련이 가능케 하기 위함이다. 또 상환위험 관리를 위해 만기까지 월 원리금 상환액이 고정돼야 하며, 그 금액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대출만기를 초장기로 할 필요가 있다.

민간 상품과 달리 주금공 보금자리론은 순수 정책금융의 낮은 저리로써 저소득 차주 등 자격요건을 제한해야 한다. 보금자리론은 2004년 주금공 설립 후 꾸준히 공급됐지만 국민의 주거문화 패러다임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보금자리론의 상품성 또는 대출수요자 측 원인이라기보다 다분히 대출 공급자측 요인이 컸다. 미국의 경우 비예금 중소 여신전문기관인 모기지뱅크가 국민에게 3분의 2이상의 모기지론을 공급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예금을 조달기반으로 한 대형 시중은행 위주로 공급된다. 대출 취급 후 3개월 이내 주금공에 매각하는 보금자리론은 은행 입장에선 자체자금(예금) 운용 효과가 없어서 취급 유인이 낮은데다, 마진도 너무 박했다. 항상 주력 상품은 은행의 자체상품인 변동금리 주담대 아니면 5년 고정의 혼합형이었다. 이런 이유로 장기고정금리가 대중화되지 못하고, 가계부채구조개선은 항상 숙제로 남았다.

미국식 모기지론 제도도입을 위해 모기지론 유동화 전담 공기관(주금공)을 세웠으나, 지니메이 모델이 아닌, 패니메이이, 프레디맥 구조를 따라갔다. 민간 은행이 모기지론을 자체적으로 유동화(MBS발행)를 하는데 공기관이 보증만 제공하는 지니메이 모델이 아닌, 공기관(GSE)이 민간 은행으로부터 모기지론을 매입해 와서 직접 유동화하는 모델이다. 이런 구조가 국내 시중은행의 예대사업 모델과 맞지 않았으며, 대출채권 매각이익을 은행이 아닌 공기관이 가져가고, 은행은 낮은 수준의 모기지서비스 수수료만 받았다. 처음부터 보금자리론 판매채널로 대형 시중은행을 통하기보다, 미국식 여신전문기관 모기지뱅크를 신설했어야 했다.

이제라도 시중 은행이 민간 장기고정금리 모기지론을 공급하도록 하기 위해선 은행이 모기지론 유동화 여부와 시점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며, 대출채권 매각이익을 직접 얻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HUG는 전세대출과 전세보증금에 대한 공적보증을 줄이는 대신, 미국의 지니매처럼 은행이 발행하는 민간 MBS에 대해 보증을 제공해야 한다. 이래야만 모기지론을 기초로 후순위 없는 전액 선순위 MBS 발행이 가능해져 은행은 모기지론을 전액 처분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손익을 인식할 수 있다. 모기지서비스권리(MSR)의 공정가치가 포함되는 대출채권 매각이익(Gain on Sale of Loans)은 미국 대형 상업, 투자 은행들이 모기지론을 취급하는 가장 큰 인센티브다. 미국도 지니메이, 패니메이의 역할을 분리해 놓았듯, 공기관의 모기지론 매입 없는 민간 MBS 보증은 HUG가 전담하고, 주금공은 현행대로 보금자리론을 매입해 자체 발행하는 MBS를 보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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