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플랫폼 규제, 한국이 EU와 달라야 하는 이유

  • 등록 2022-05-17 오전 6:49:11

    수정 2022-05-17 오전 6:49:11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어떻게, 얼마만큼 규제해야 하느냐가 논란이다. 새 정부에선 ‘자율규제 중심으로 하겠다’는 정도의 언급은 있었지만, 소수 플랫폼이 주도하는 게 불가피한 디지털 시장에서 이용자 보호와 공정경쟁 문제는 계속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유럽의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안’을 참고해야 한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유럽연합(EU)은 대형 플랫폼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사전규제를 도입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EU 이사회 규칙’ 제정에 이어 ‘디지털 시장법안(Digital Markets Act)’을 발표했다. 내년 시행을 목표로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디지털 시장법은 매우 강력하다. ‘게이트키퍼(gate keeper)’라는 대형 플랫폼사업자들의 불공정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를 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금지행위는 불공정행위 금지, 최종이용자의 선택권 보장, 데이터의 공유·접근 확대 등 3가지다. 첫째, 사업이용자에 대한 불공정행위 금지란 사업이용자들이 다른 조건으로 제3의 플랫폼에서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도록 허용할 것, 게이트키퍼의 상품 등을 제3자가 제공하는 상품 등에 노출 순서상 우대하지 말 것 등을 담고 있다. 둘째, 최종이용자의 선택권 보장으로는 사전에 설치된 응용 프로그램을 삭제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 동의를 받지 않으면 개인정보를 맞춤형 광고 등을 위해 결합하지 말 것 등이 있다. 셋째, 데이터 공유·접근 확대로는 최종이용자의 활동을 통해 생성된 데이터의 이동성을 무료로 제공할 의무, 사업이용자가 요청하는 경우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데이터의 접근·이용을 무료로 제공할 의무 등이 있다. 정치적 합의안에서 앱 개발자에게 인앱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추가되기도 했다.

법의 적용대상은 어딜까. 온라인 중개 서비스, 온라인 검색엔진, 온라인 소셜 네트워킹, 동영상 공유 플랫폼 등 핵심 플랫폼 서비스(core platform services)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정치적 합의안에서 웹 브라우저, 가상 비서 및 커넥티드 TV가 추가됐다. 정량기준으로 시가총액 750억 유로, 연 매출 75억 유로, 월간 사용자 4500만 명 이상의 기업이 적용대상으로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 등이 해당한다.

한국에서는 플랫폼 규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에서도 기존 공정거래법이나 전기통신사업법으로는 플랫폼에 의한 불공정거래행위 등으로부터 중소사업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과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등의 입법을 추진했다. 다만, 신정부는 이러한 입법 추진에 제동을 걸고 플랫폼의 건전한 혁신·성장 촉진 및 사회적 가치 창출 극대화를 위한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민간 주도의 자율규제 체계를 확립할 것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한국의 플랫폼 규제는 EU의 디지털 시장법과는 달라야 한다. 글로벌 기업에 비하면 한국 플랫폼 기업의 규모는 영세하다는 점, 플랫폼의 성장과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 인터넷의 탈국가적 특성으로 해외 기업에 규제 적용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성급한 규제 입법보다는, 정책입안자와 시장행위자 사이의 협력을 통해 자율규제 내지 공동규제를 실행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다만, 자율규제가 무규제나 플랫폼의 책임회피수단으로 이용돼선 안 되므로, 플랫폼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고 사회적 기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물론 일종의 권고 형태의 연성규범을 제정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런 방안을 포함해 자율규제의 입안과 집행을 위해서는 민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공동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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