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삼성이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에 속도를 낼지 재계의 이목이 쏠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사실상 모두 털어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활동 반경이 넓어진 상황에서 트럼프 2기 출범 등 국내외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그룹 전반을 체계적으로 이끌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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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4일 “이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 선고를 받은 만큼 컨트롤타워 부활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중심의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날 이 회장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넘겨진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이 회장과 삼성의 운신의 폭이 넓어진 데 따라 컨트롤타워 부활 논의가 힘을 받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삼성은 △사업지원 TF △금융경쟁력 TF △EPC TF 등 세 개의 미니 컨트롤타워를 통해 계열사들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삼성글로벌리서치 안에 계열사 컨설팅을 진행하는 경영진단실을 신설하며 과거 존재했던 미래전략실의 역할을 일부 회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에 보다 종합적인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 회장이 미등기임원 상태로도 총수 역할을 하고 있으나, 위기를 돌파하고 공격 투자를 진행하려면 이 회장의 의사결정을 뒷받침할 체계적인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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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삼성을 둘러싼 대내외 경영환경은 심상치 않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대표적 사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관세 전쟁을 예고했는데, 멕시코를 상대로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멕시코는 관세를 한달간 유예하기로 극적 합의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불씨를 다시 당길 수 있다는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멕시코는 삼성전자 가전공장이 위치한 곳이다.
삼성 신수종사업인 바이오분야도 풍전등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관세 방침을 밝히며 “제약산업을 미국 내로 되돌리고 싶고 산업을 다시 국가로 가져오는 방법은 벽을 세우는 것, 즉 관세장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제약, 의약품 등 모든 형태의 약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러한 위기 속에 삼성 핵심사업 반도체도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 반도체 초격차를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총수가 경영에 적극 나서려 해도 개인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리 뛰어난 총수여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삼성이란 거대한 조직을 모두 통솔하기가 쉽지 않다”며 “총수 경영을 지원할 조직의 필요성이 상당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삼성 컨트롤타워가 총수를 위한 조직을 넘어 삼성 자체의 최고의사결정기구가 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황용식 교수는 “삼성 컨트롤타워는 때로는 총수를 견제할 수도 있는 건강한 의사결정기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