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신경영 비전] 천년 더위와 레이저 강우 기술

  • 등록 2021-08-06 오전 7:13:37

    수정 2021-08-06 오전 7:13:37

[이상훈 전 두산 사장·물리학 박사] 폭염이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올여름 서울의 폭염일수는 18일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평년 기준인 8.7일을 두 배 이상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마노아 하와이대 카밀로 모라 교수는 최근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한 자료에서 지구 온난화가 가속될 경우 서울의 살인 폭염 일수가 2100년이 되면 67일에 이를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만 이상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에서는 지난 7월 13일 기온이 섭씨 53도까지 올라 지구 기상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인 56.7도에 근접하는 기록을 냈고, 6월 평균 최고기온이 24도를 넘지 않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지역 리턴시에서는 6월 말 기온이 섭씨 42도까지 상승하면서 산불이 발생하여 마을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보통 여름철에 발생하는 이상 폭염의 원인으로 열돔현상을 지목하게 된다. 열돔현상이란 지상에서 5~7km 상공에 고기압이 정체되면서 반구 형태의 열 막을 형성해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둬놓는 기상현상이다. 열 돔이 형성되면 지상에서 햇빛으로 뜨거워진 공기가 상승하다가 고기압에 밀려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고 햇빛으로 더 뜨거워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그런데 미국의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밝혀진 기상모델을 동원하여 올여름 미 북서부 지역을 강타한 폭염을 열돔현상으로 설명하려 하였으나 기존의 모델로는 올여름의 기록적인 폭염을 설명할 수 없었다고 한다. 연구에 참가한 네덜란드 기상연구소의 반 올덴보르그 교수의 말에 따르면 기존의 기상모델로 분석할 경우 올해와 같은 폭염은 천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할 수 있는 아주 예외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문제는 올해와 같은 폭염이 앞으로 천 년 동안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과학자가 없다는 것이다. 반 올덴보르그 교수를 포함한 많은 기상학자들은 기존의 기상모델이 놓친 비선형적인 프로세스로 인해 올해와 같은 폭염이 재발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올여름 이상 폭염으로 과학자들이 기상 예측을 위해 기존에 사용해오던 기상모델이 부정확하다는 것과, 현재와 같은 지구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얼마나 심각한 기상이변이 얼마나 빨리 올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만 확인한 셈이다.

정말로 우려해야 할 일은 지금 우리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극심한 이상기후가 지구 평균기온이 고작 1도 상승한 결과라는 것이다. 우리가 당장 내일부터 더 이상 온실가스를 대기로 배출하지 않는다 해도 204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1.5도 추가로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보다 현실적으로는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보이기 전에 지구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적어도 3~4도는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비선형적인 프로세스란 문제가 2배 커지면 그 영향이 2배를 훨씬 더 초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말로 기상 변화가 비선형적으로 일어난다면 지구 평균기온이 3~4도 상승할 때 발생할 기상이변은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기상이변의 3~4배를 훨씬 더 초월하게 될 것이다.

더위에 익숙할 법한 중동도 올해의 폭염은 견디기 어려운 모양이다. 지난 7월 말 두바이에서는 드론을 날려 구름에 레이저빔을 쏘아 비를 내리게 해 더위를 식혔다는 뉴스가 발표됐다. 구름에 레이저를 쏘면 구름 입자가 전하를 띠게 되고, 이 구름 입자가 다른 전하를 띤 구름 입자를 끌어당겨 비가 내리게 된다는 설명과 함께 UAE 국립 기상센터는 세찬 빗줄기가 내리는 동영상을 설험 성공의 근거로 제시했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UAE는 수년간 인공강우 기술 개발에 150억 원 이상을 투자해왔다고 한다.

드론에 레이저까지 동원해서 더위를 식혀보겠다는 노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 평균기온이 3~4도 이상 오른 뒤 우리가 겪게 될 폭염을 생각하면 인공강우로 잠깐 더위를 피하는 것보다 좀 더 근본적인 온난화 대책에 투자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과 같은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코로나로 인한 경제 피해의 5배에 달하는 이상기후 피해가 매년 발생할 것이라는 빌게이츠의 경고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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