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경우가 기업에도 적용된다. 지금은 기업 체감 경기가 괜찮은 상태다. 가지고 있던 재고의 많은 부분을 상반기에 털어낸 상태에서 신규 주문이 늘어 매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급병목현상이 자주 얘기되고 있다. 제품 가격이 올라간 상태이므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만 있으면 큰 이익을 볼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는 것이다.
지금은 기존에 나온 정책은 집행이 끝나가고 있는 반면 새로운 정책은 나오기 힘든 상태다. 너무 많은 지출이 이루어진 상태여서 각국 정부가 또 다른 정책을 내놓기 보다 이미 시행된 정책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지켜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분간 경제를 끌고 가는 동력이 보강되기 힘들다.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주변 여건이 최고점을 지난 반면 주가는 여전히 높은 상태다. 주가순이익배율(PER)은 현재 주가가 이익의 몇 배로 거래되느냐를 보여주는 지표다. 숫자가 낮을수록 주가가 낮다는 의미가 된다. 12개월 선행 이익으로 계산한 코스피 PER이 13배다. 지난 2000년 IT(정보통신) 버블 때 이후 가장 높다. 주가를 평가하는 지표가 대표적인 버블 기간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건 주식시장이 언제든지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일반적으로 시장 PER은 3~5년 평균치에 수렴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5년이면 경기 사이클 하나가 완성되는 기간인데, 경기가 좋을 때, 나쁠 때를 비롯해 온갖 경우가 PER에 포함되어 있어 기간 평균치가 경제의 실력과 비슷해진다. 2000년 이후 21년간 코스피 PER 평균치는 9.2배였다. 지금이 13배니까, 이익과 비교한 현재 주가 수준이 과거 평균보다 30% 이상 높은 상태라고 보면 맞다.
주가 상승 기간도 길다. 미국은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고 1년 6개월이 지났다. 과거 평균 상승기간과 비교하면 지금 당장 조정에 들어가도 이상할 게 없다. 코스피는 9개월간 옆 걸음을 하고 있지만 가격 부담이 여전히 높은 상태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부채를 일으켜 집과 주식을 샀다. 앞으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많은 나라들이 이렇게 만들어진 부채의 역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최고의 상황이 끝나고 있는 만큼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 작년처럼 특수한 상황이 계속 이어질 거라 기대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