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연극 ‘반쪼가리 자작’(9월 2~25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은 인간 내면 선악의 실체를 위트있게 까발린 작품이다. 2017년 초연 이후 꾸준히 재공연된 이 작품은 지난 5월 제43회 서울연극제에서 대상, 연출상, 관객 리뷰단 인기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 연극 ‘반쪼가리 자작’의 한 장면. (사진=창작조직 성찬파) |
|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이 원작으로, 박성찬 연출의 각색을 거쳐 독특한 연극으로 완성됐다. 서양 귀족의 작위 중 공작, 후작, 백작에 이어 네 번째 등급에 해당하는 ‘자작’의 이야기를 다뤘다.
젊은 영주 메다르도 자작은 전쟁에 자원 입대했다가 포탄에 맞아 몸이 두 동강 난다. 의사들이 그의 육신 절반을 살려냈고, 그래서 별명이 ‘반쪼가리 자작’이다.
의사들이 생환한 반쪼가리 육신은 ‘절대악’의 존재다. 마을 사람들은 나쁜 반쪼가리 자작의 공포 통치를 견디며 살고, 그에 익숙해질 무렵 없어진 줄 알았던 나머지 ‘착한’ 반쪼가리 육신이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연극은 이를 통해 ‘완전한 인간이 과연 존재하는가’란 의문을 담아냈다. 인형과 오브제를 적재적소에 활용한 아이디어가 빛난다.
△한줄평=“우화적 구조와 무거운 소재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연극의 가장 원초적 요소인 배우와 연극적 상상력에 기대 혐오와 배제의 시대에 연극의 재미와 가치, 소통의 중요성을 재발견하게 하는 작품.”(김미희 연극평론가). “독창적 오브제를 활용한 유희성, 인간의 본성을 간파한 원작소설이 어우러져 탄생한 수작. 강렬한 연극성과 유연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인다.”(이은경 연극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