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나쁜놈, 불쌍한놈, 이상한 나라

  • 등록 2022-08-26 오전 6:15:00

    수정 2022-08-30 오전 10:05:56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강연을 다니면서 지난 몇년 동안 현장에서 만난 소상공인 그리고 기업을 운영하시는 여러분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나쁜놈들인가요? 왜 우리를 죄인취급합니까?”

사업하는 분들을, 가진 자들을 나쁜놈, 죄인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하게 만들어졌다는 불만이었습니다. 월급을 주기 위해 이리 저리 뛰어다니고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과는 상관 없이 ‘당신은 가진 자! 그들보다는 나은 사람아니냐?’며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거나 심지어 죄인취급을 한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이런한 관점은 고용주와 노동자의 관계에서 이상한 모습으로 투영됩니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 알바생이 잘못된 행동을 해도 그것보다는 “너는 가진자 아니냐?”며 그 정도는 네가 견뎌야하는 것이라는 묘한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 졌다고 울분을 토하는 점주도 있었습니다. 알바생은 일단 ‘무조건 불쌍한 놈’이 된다는거죠. TV드라마에서도 이런 모습 즉, 편의점 사장은 빌런, 아르바이트생은 먹고 살기위해 온갖 구박을 견디는 모습으로 많이 묘사된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이렇게 서로를 증오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싸우는 것이 세상을 바로잡는 방법일까? ‘나쁜놈과 불쌍한 놈’ 구조로 사회가 정상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막상 현장에 가보면 이런 이상한 구조와는 다르게 묘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언론을 통해 보는 사회는 일자리가 없다고 난리지만 정작 현장에 가보면 일손이 부족하다는 아우성이 끊이지 않습니다. 결국 힘든 일은 하기 싫고, 편한 일은 자리가 없다는거죠. 실업급여 지급액은 월 1조원 정도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치킨집에 79명을 허위 취업시켜 실업급여 5억원을 타낸 50대가 징역형을 받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만연해진 ‘평등의 획일화’는 무엇이 진짜 가치 있는 일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힘들게 만듭니다. 갑과 을의 수직적 프레임으로 갈라치기를 하니 누가 누구 위에 있는지가 잘잘못의 기준이 된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상식인지는 모르겠고 단지 누가 누구 위인지를 따지는 수직적 프레임은 세상을 잘게 잘게 쪼개놓은 느낌마져 듭니다.

분명 나쁜 놈, 불쌍한 놈 구조로는 이상한 나라가 될게 뻔한데 그런 기조는 꽤 오랜 시간 이어져왔습니다. 이제라도 나쁜 놈, 불쌍한 놈, 이상한 나라의 구조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젊은이들의 표현 가운데 ‘이생망’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뜻입니다. 또한 ‘소확행’도 이야기합니다. 소확행은 무라카미 하루키때문에 생겨난 말입니다. 큰꿈을 꾸며 이뤄가면서 만난 일상의 작은 것에서 느끼는 행복을 말한 것인데 이 말이 사회적 분위기에 섞여 잘못 쓰이고 있습니다. ‘이번 생은 망했으니 작은 것에서라도 행복을 찾자’라는 뜻으로 왜곡되어 쓰이는 것입니다.

버트런트 러셀은 “거지는 부자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형편이 조금 더 나은 다른 거지를 부러워한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꿈은 포기한채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인생의 끝은 무엇일까요? 자기 인생은 산술급수로만 계산하고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할 인생은 나에게 절대 없을 것이라 믿는 젊은 청춘들에게 우리는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요?

부자는 증오의 대상이 아닙니다. 부자는 나쁜놈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으면서도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이율배반적 심리상태에 놓이지 말아야 합니다. 질문의 방향이 어찌해야 좋은 부자, 선한 부자가 되어야 하는지로 향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미워하고 갈등하고 증오하는 것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상식의 잣대가 다시 사회의 기준이 되어야 이런 상식적인 질문들로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야 다시 꿈꿀 수 있을테니까요. 선한부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부자가 되기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인생들이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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