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의 문화재 읽기]분청사기, 누가 소박하대

국립중앙박물관, 분청사기·백자실 새단장
백자, 청자보다 만들기 어려운 고급 도자기
분청사기, 섬세· 대담 자유로운 매력 자랑
  • 등록 2021-04-12 오전 6:30:01

    수정 2021-04-12 오후 1:24:23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큼지막한 용과 연꽃잎 무늬가 장식된 국보 제259호 ‘분청사기 구름 용무늬 항아리’는 당당한 자태를 지녔다. 조선 분청사기·백자는 화려한 고려청자에 비하면 소박하고 서민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분청사기 구름 용무늬 항아리를 보면 그런 선입견은 깨진다. 이 항아리는 고려청자의 상감 기법에 분청사기 특유의 인화 기법을 적절히 가미해 자유분방하면서도 대담한 조선 도자기만의 특색을 한껏 자랑한다.

국보 제259호 분청사기 구름 용무늬 항아리(사진=국립중앙박물관)
흰 빛깔에 달덩이처럼 원만하게 둥근 모양으로 백자의 진수를 자랑하는 보물 제1437호 ‘백자 달항아리’는 푸른 기가 거의 없는 투명한 표면에 완전히 둥글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고 우아하한 매력을 지녔다. 보는 사람들에게 푸근한 마음까지 들게 한다. 이수경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청자는 그릇의 기벽이 얇고 색깔이 오묘한 특성 때문에 백자보다 더 우수한 도자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백자가 청자보다 더 만들기 어려운 고급 도자기였다”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근 기존 분청사기실과 백자실을 통합해 새롭게 조성한 분청사기·백자실을 열었다. 분청사기·백자실은 청자실에 이어 위치한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실 개편에서 조선의 시작과 함께 제작된 분청사기·백자 유물 400여점을 통해 조선 자기의 변화 흐름을 시간순으로 이해할 수 있게끔 배치했다. 전시장에 전통 사기장의 공방을 재현해 분청사기 제작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조선이 건국되던 14세기 후반은 명나라에서 만들기 시작한 백자가 전 세계적인 유행이었다. 백자는 화면이 투명한 하얀색으로 청자보다 더 많은 장식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백자는 1300도가 넘는 고온에서 구워내야 했고, 유약이나 흙의 빛깔 등을 내는 것도 청자보다 훨씬 어려운 기술이 필요했다.

청자에서 백자로 넘어가던 과도기에 등장했던 것이 분청사기다. 분청사기는 회청색 흙으로 만든 그릇에 백토를 입힌 뒤 여러 기법으로 장식한 도자기다. 고려 말 상감청자에서 유래해 16세기 전반까지 제작됐다.

분청사기는 조선 초기 중앙관청에서 일괄적으로 제작하면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특징인 인화문양이 드러난다. 도자기 전체에 원 모양부터 꽃, 삼각형 등 다양한 문양을 도장으로 촘촘히 새겼다. 특히 보물 제347호 분청사기 상감 물고기무늬 매병은 큼직한 도자기를 꽉 채운 인화문양과 물고기의 조화가 섬세하게 담겨 있다.

15~16세기 중엽까지 분청사기와 함께 조금씩 제작되던 백자는 1467년(세조 13년) 무렵 국영 도자기 제작소인 관요 체제가 확립되면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 조선 후기에 유행한 청화백자는 그중에서도 조선 백자의 품격을 한껏 드러낸다. 명나라 수입 안료에 바탕을 둔 청화백자는 화려한 문양이 특징인 중국·일본과 달리 꽃·나무·물고기·새 등 도화지에 한폭의 그림을 그린 것 같은 선비화의 전통을 이어갔다. 이 학예연구관은 “청화백자는 당대 최고급 도자기로 왕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귀한 도자기였다”며 “백자 그림은 궁중에 소속된 전문 화원이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실 개편에 특히 조선 백자 특유의 우아한 빛을 한껏 느낄 수 있도록 조명과 전시벽 색깔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대표적으로 15세기에 제작된 백자 항아리는 밑에서 위로 쏘아올리는 조명 덕에 푸른 기가 살짝 감도는 순백한 항아리의 표면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15~16세기 무렵 제작된 백자 항아리(사진=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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