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마약 청정국' 지위 회복하자

  • 등록 2022-08-25 오전 6:30:00

    수정 2022-08-25 오전 6:30:00

[윤태식 관세청장] 개미구멍이 큰 둑을 무너뜨린다. 조그만 빈틈이나 방심 때문에 큰일을 망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마약류가 우리 사회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강남 유흥업소에서 발생한 마약 과다복용 사망사건, 마약투여 혐의를 받는 모 래퍼의 구속, 50대 야구 동호인의 마약음료 사건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마약 범죄 소식이 들려온다. 2015년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은 지 불과 7년 만에 마약이 우리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관세청은 올해 상반기 마약류 밀수단속 동향을 발표했다. 국경단계에서 세관에 적발된 마약류는 지난해 역대 최다인 1272㎏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적발 건당 중량이 0.32㎏에서 0.64㎏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나 증가했다. 1㎏ 이상이 넘는 대형 밀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표적 마약류인 필로폰(메트암페타민) 1㎏은 통상 3만명 이상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1㎏ 이상 마약류 밀수에는 범죄조직이 연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동남아·남미지역의 국제 마약범죄 조직이 우리나라를 마약류의 주요 판매처 또는 공급망 세탁을 위한 경유처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중 펜타닐(fentanyl)은 합성마약의 한 종류로, 말기 암 환자 등 고통이 극심한 환자에게 극히 제한적으로 처방되는 마약성 진통제이다. 진통 효과가 헤로인의 100배에 달하고, 치사량이 0.002g에 불과할 만큼 강력하다. 중독성이 높아 오남용의 위험성이 크다. 2020년 이후 미국 18~45세 연령의 사망원인 1위가 펜타닐 오남용일 만큼 이미 북미·유럽 등지에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 상황도 심상치 않다. 2~3년 동안 펜타닐 오남용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주로 병원에서 다량을 처방받아 남용하거나 대리처방 받은 펜타닐을 불법 유통하는 형태다. 더 위험한 것은 불법제조에 의한 ‘가짜 약’ 유통 문제다. 주로 중국·멕시코·미국 등에서 가짜 펜타닐의 불법제조가 이뤄진다. 가짜 약은 성분 함량이 과한 경우가 많아서 잘못 복용하면 인체에 치명적 위험을 초래한다.

마약 근절의 최전선에 있는 관세청은 지금 마약과의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 그간 마약수사 전담 인력·조직을 꾸준히 보강하고 적발역량을 키우는 데 힘써 왔다. 지난달에는 인천세관 중심의 기존 마약수사 체계를 서울·부산·광주·대구·평택세관 등 전국 세관단위로 확대 개편했으며, 국내·외 마약 관련 유관기관과의 공조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마약밀수 적발역량을 높이기 위한 3D·AI X-ray, 비파괴 탐지기 등 최첨단장비를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도 전국 공항·항만을 통해 하루 평균 약 260만톤의 화물과 6만여명에 달하는 사람이 국경을 통과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개미구멍이 생길지 모른다. 잃어버린 ‘마약 청정국’ 지위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국민 간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 국민 모두 마약의 폐해를 직시하고, 마약근절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마약은 개인의 영혼을 파괴하고,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병이다. 개미구멍이 큰 둑을 무너뜨릴 수 있다. 지금은 개미구멍을 메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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