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상속세 내린 그리스를 보라

  • 등록 2022-08-26 오전 6:30:00

    수정 2022-08-26 오전 7:50:32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장] 최근 정부에서 가업상속공제제도를 대폭 손질한다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가업상속공제제도는 가업을 물려주는 기업의 세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세부내용을 보면, 적용대상을 매출액 4000억 미만 중소 및 중견기업에서 매출액 1조원 미만 기업으로, 공제한도도 200~500억원에서 400억~1000억원으로 각각 확대됐다.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은 후 고용 또는 자산을 일정수준이상 유지해야 되는 사후관리기간은 7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다.

이렇게 가업상속공제제도를 대폭 변경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2020년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려는 건수는 연평균 92.8건, 총 공제금액은 2866억원 수준이다. 반면 가업상속공제제도가 활성화된 독일은 연평균 9995건, 공제금액 146억유로(한화 약 19조 4000억원)에 달한다.

가업을 물려주는 기업의 세부담을 완화해 궁극적으로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일각에선 이러한 조치가 부자에 대한 감세만 해줄 뿐 투자촉진은 잘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사실 가업상속세를 감면해줬을 때 투자가 촉진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해당 기업의 투자 증진이 가업상속세 감면 때문인지 다른 요인들에 의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과관계를 명백하게 조명한 연구가 있다. 2015년에 세계적인 저널 ‘Journal of Finance(금융저널)’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그리스에서 2003년에 가업상속을 포함한 가업승계세율을 20%에서 1.2% (자녀, 배우자) 또는 2.4% (손자녀, 조카)로 인하 시 가족기업의 투자가 4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업승계세율 감면을 위한 법안은 2002년 초여름에 언론에 처음 언급됐고, 그해 12월 16일 의회를 통과했다. 법 시행은 2003년 1월 1일부터였다. 한마디로 전광석화 같이 법안이 통과되고 시행됐다. 이렇게 빠르게 법안을 통과시키고 시행한 이유는 가업승계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이 법통과 후로 승계를 미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그리스의 세법 개정은 실질적으로 효과를 봤다. 세법 개정 전 가업승계는 모든 경영권 이전에서 45.2%를 차지했지만, 법 개정 후 73.9%로 크게 증가하면서 다수를 이루게 됐다.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손질하여 가업승계 시 기업의 세부담을 완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그리스 사례와 같이 가업승계를 촉진하면서 해당 기업의 투자를 증진시키기를 바란다. 우리나라는 대륙법을 따르는 국가로 가족기업이 약 74%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업승계는 매우 중요하다. 가족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가업승계를 독려하는 정책은 기업의 투자를 늘려 궁극적으로 경제 동력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다만, 가업상속공제제도는 개정을 한다 해도 사전 및 사후 여건이 여전히 까다롭기 때문에 그리스 사례처럼 가업상속세율 자체를 인하하는 방법도 장기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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