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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전남)=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온다고 했건만, 입춘과 우수가 지나도 봄은 멀게만 느껴진다. 지난겨울의 혹한이 너무나 길었던 탓도 있지만, 전염병이 기승을 부린 영향이 크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 각별해지는 이유다. 이른 봄꽃이라면 단연 동백꽃과 매화가 첫 손. 그중에서도 동백꽃은 늦겨울이나 이른 초봄이 절정이다. 푸른 잎과 대비되는 붉은 꽃잎이 더욱 또렷해지는 시기여서다. 봄의 입구에서 동백꽃은 후드득 꽃잎을 떨구며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망울을 틔운 꽃들은 꽃잎을 열지도 못한 채 언 목이 부러져 떨어지고, 강인하게 살아남은 몇 송이의 동백만이 가지 끝에 힘겹게 달려 있다.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해안선을 따라가며 겨울과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겨울을 보내는 꽃, 봄의 길목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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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로 동백꽃을 보러 간다면 십중팔구 오동도를 찾게 된다. 국내 대표적인 동백 군락지 중 한 곳. 오동도는 여수역에서 불과 1.2㎞ 떨어진 섬이다. ‘바다의 꽃섬’ 또는 ‘동백섬’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먼 옛날 이 일대에 오동나무가 유난히 많아 오동도라 불렸다. 임진왜란 때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손수 심어서 활로 만들어 썼다는 해장죽(海藏竹)이 많다고 해서 죽섬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도 섬에는 해장죽을 볼 수 있다.
오동도 입구 주차장에서 약 15분 정도, 방파제 길을 따라 걸으면 도착한다. 오동도에는 200여종의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동백나무와 해장죽을 비롯해 참식나무, 후박나무, 팽나무, 쥐똥나무 등이 빼곡하다. 3월의 오동도는 동백꽃이 단연 돋보이는 시기. 섬 곳곳에 자리한 3000여그루의 동백나무가 뿜어내는 자태는 장관을 이룬다. 짙푸른 잎과 붉은 꽃잎, 샛노란 수술이 선명한 색상대비를 이뤄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동백꽃은 특히 해안가 근처에 군락을 이뤄 풍광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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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7000여평(약 12만 2300㎡)의 아담한 섬이지만 오동도 속은 별천지다. 그야말로 아기자기한 봄동산이 펼쳐진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2㎞ 산책로는 최고의 데이트 코스. 동백이 지는 날 소중한 사람의 손을 잡고 걷기에 좋은 장소이다. 미로 같은 산책길 옆으로 펼쳐진 해안은 대부분 암석해안으로 바위와 병풍바위와 소라바위, 지붕바위, 코끼리 바위 등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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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향한 암자서 남녘의 훈훈한 바람에 젖다
돌산도는 여수반도 남쪽 끝에 방울처럼 매달린 섬이다. 야경 수려한 돌산대교가 반도와 섬을 잇는 끈이다. 우리나라 섬 중 아홉번째로 크다. 돌산도 남동쪽 향일암에 이르는 길에도 동백나무가 지천이다. 볕좋은 길가에 선 나무들은 꽃봉오리를 제법 피웠다.
낭만적인 드라이브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향일암 아랫마을인 임포마을. 마을 안쪽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산사로 향한다.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의 ‘향일암’(向日庵)은 한국의 4대 관음기도처 중 하나. 거북이를 쏙 빼닮은 금오산 자락에 위태롭게 서 있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남해 금오산을 둘러보고 거북이 모양을 한 이곳에 이르러 천하의 명당임을 알아챈 후 사찰을 창건했다고 한다. 지금의 가람은 1986년에 새로 지었다가 2009년 화마로 전소해 다시 건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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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를 지나 일주문까지 이르는 길. 해맞이광장을 지나자 동자석상 3기가 길 가운데에 서서 방문객의 걸음을 멈춰 세운다. 각각의 석상마다 적혀 있는 법구경을 나지막이 읊어본다. ‘불언’(不言), ‘불문’(不聞), ‘불견’(不見). 의미하는 바가 있겠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서로 다를 듯하다. 향일암을 찾은 이들은 각각 그 앞에서 서서 의미를 되새겨본다.
동자석상을 지나면 등용문, 다시 불이문으로 이어진다. 불이문은 해탈길로도 불리는데 거대한 바위 틈새로 난 길이다. 속세와 인연을 끊고 불법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해탈길을 지나면 비로소 원통보전(대웅전)으로 올라선다. 그 앞마당에 서면, 남녘 바다에서 불어오는 훈훈한 바람에 젖어볼 수 있다.
향일암은 원통보전을 중심으로 왼쪽 뒤로 관음전이, 오른쪽에는 삼성각이, 그리고 앞바다 쪽으로 범종각과 또 다른 관음전이 있다. 관음전이 두 곳이나 있다는 것이 다른 사찰과는 다른 점. 특히 바다 쪽 관음전은 용왕전이라고도 불린다. 관음보살입상이 있는 전각은 향일암 내에서 가장 위쪽에 있다. 이곳은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원통암 자리다. 이 관음전 앞에는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좌선암이 있다.
향일암에서 30분 정도 더 산길을 오르면 금오산 정상이다. 율림치 주차장에서도 금오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전망대를 지나면 성두마을과 작금마을, 횡간도와 화태도 등이 빚어내는 다도해, 그리고 온기가 감돌기 시작한 남풍에서 봄이 오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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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잠잘곳= 여수 돌산읍에는 최근 여러 호텔이 새로 문을 열었는데, 라마다프라자호텔이 규모나 시설 면에서 추천할 만하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가족 단위 여행객이라면 그리다리조트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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