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신탁운용 사무실에서 만난 황우택 멀티전략본부 차장(사진)은 ‘한국투자글로벌전기차&배터리’ 펀드 출시 배경을 이처럼 설명했다. 2017년 설정 당시만 해도 해당 분야에 대한 일부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기관 투자자나 판매사를 만나면 펀드 보다 전기차 업종에 대한 설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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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포트폴리오…“올해 자금 유입 1위”
물론 코로나19 공포심으로 전 세계 증시가 곤두박질치던 지난해 3월 해당 펀드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피할 수 없었다. 주식 비중을 일부 조정하면서 낙폭 과대주를 과감하게 담아 상승기를 대비했다. 지난 9월 나스닥 종목 중심으로 조정을 받을 때도 변동성을 낮추는 등 하락을 방어했다. 덕분에 전반적으로 벤치마크 대비 양호한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이른 시기 전기차 시장에 주목했던 만큼 시장의 흐름에 따라 2019년 리뉴얼을 거쳤다. 벤치마크를 변경하고, 유니버스를 확장했다. 초기에는 테슬라와 배터리 업체에 집중 투자했지만 지금은 완성차, 부품, 반도체, 자율주행 등 저변이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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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보유 종목인 테슬라는 변동성이 높은 종목 중 하나다. 지난 한해 743.40% 상승했으나 지난해 9월 유상증자 계획 발표, 2대 주주 지분 매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출렁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하루에만 6% 오르고 -8% 내렸다. 개별 종목에 대한 차익 실현, 국가와 섹터, 종목의 다양화, 환 헤지 비율 조정 등 적극적으로 수익률 방어에 나서면서도 “변동성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해석할 순 없다”는 것이 황 차장의 이야기였다. 전방 산업의 성장성이 뚜렷하고, 실체가 명확하다면 그만큼 시장의 관심이 높은 기업이란 의미였다.
‘고평가 논란’도 늘 따라붙는다. 한편으론 테슬라를 대체할 전기차 기업이 아직 없는 것도 사실이다. 황 차장은 “현 시점에서 테슬라 주가의 상단과 하단을 정하는 건은 쉽지 않다”면서 “기업의 존속을 위협하는 이슈가 발생하거나 또 다른 혁신이 나온다면 주가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한동안 유동성 등 매크로 이슈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애플카’ 이슈가 뜨거웠다.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와의 협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고공행진 했다. “자율주행차량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는 공시로 일단락됐지만 애플이 선택할 수 있는 완성차 업체가 전 세계적으로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도 한때 생산 능력이 발목을 잡았듯 자동차 산업은 스마트폰과 달리 밸류체인이 전혀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황 차장은 “가깝게는 결함에 따른 리콜이나 노조 이슈 등 자동차 산업은 손쉽게 뛰어들 만큼 만만치 않다”고 강조했다.
“협업·자율주행 주목…금리 압박에 단기 조정”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 총액(보관금액)은 87억6277만 달러(9조8336억원)로 미국 주식 중 1위다. 그만큼 전기차·배터리 업종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황 차장은 주목해야 하는 요소에 대해 △단점을 보완하면서 장점은 극대화 시키는 기업들이 재평가 받는다는 의미에서 협업 이슈와 △자율주행 관련 종목들을 꼽았다. 그는 “자율주행은 먼 미래가 아니”라면서 “플랫폼부터 물류까지 상당한 경제적 파급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투자가 선호되는 요즘 국내 투자자들이 펀드를 통해 전기차 업종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정보의 비대칭성과 접근성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실시간으로 정보가 확산되는 국내 종목과 달리 해외 종목 투자는 아직 언어, 시차, 환율 등으로 상대적으로 기관(펀드)이 유리하다”면서 “펀드가 가진 장기적인 투자 콘셉트를 고려했을 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에 기대를 거는 투자자라면 펀드 투자를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