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미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마다 코로나19 백신 물량확보 및 접종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영국은 이미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접종을 시작했고 미국, 일본 등은 빠르면 올해가 가기 전에 개시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우리는 최근 코로나19 감염자가 사상 최대규모인 1000명을 돌파하면서 정부가 자랑해온 ‘K방역’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정부 당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빠르면 내년 1분기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국민을 상대로 장담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최종계약을 통해 확보한 백신물량이 1000만명 분에 불과해 백신접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내년 연말까지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접종을 완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세계백신연합(GAVI)·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세계보건기구(WHO) 등을 중심으로 일부에서는 어느 국가에나 평등하게 백신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유토피아적인 발상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영국, 미국 등 백신주권을 확보한 나라들도 예외 없이 현재 코로나19에 감염된 수많은 국민이 날마다 목숨을 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국가가 자국민을 외면하고 다른 국가에 백신을 양보하는 아량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함을 넘어서는 ‘무지’ 그 자체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충분한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정부는 표면적으로 아직 안전성 검증이 안된 백신을 서둘러 접종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이런 상황판단이 결국 충분한 백신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리는 방역에 성공했기에 백신접종을 다른 국가들처럼 급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자만심이 엿보인다.
코로나19가 종지부를 찍더라도 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은 갈수록 빈발하리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상식이 됐다. 전염병과 벌이는 ‘세계 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백신 주권의 확보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