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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지인이 보내온 새해인사다. 사람 눈에도 보이지 않은 작디작은 바이러스가 2020년 한해를 송두리째 앗아갔다. 치료제도 없는 전염병에 누군가는 직장을 잃고, 또 누군가는 목숨을 잃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등의 삭막한 단어들이 시대적 소명으로 자리 잡았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한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무서웠던 것이 ‘불통 바이러스’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식의 사고와 주장이 판쳤다. 대학교수들이 2020년의 사자성어로 꼽은 ‘아시타비’(我是他非)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다. 세상이 얼마나 혼탁하면 없던 신조어까지 만들어냈을까. 같은 말로는 ‘내로남불’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이다. 모두가 남에게는 엄격하면서도 자신에게는 관대했다. 그러면서 ‘왜 넌 나와 다르냐’고, ‘왜 넌 우리와 다르냐’고 몰아붙였다. 처지와 성향, 사고가 같으면 ‘동지’이고, 다르면 ‘적’으로 간주했다.
미국의 글로벌 색채 연구소 팬톤은 ‘2021 올해의 컬러’로 ‘얼티미트 그레이’(Ultimate Gray·회색)와 ‘일루미네이팅’(Illuminating·밝은 노란색)을 선정했다. 팬톤색채연구소는 매년 시대 분위기와 트렌드를 반영해 올해의 컬러를 선정하고 있다. 70년 역사의 팬톤이 올해의 컬러로 두 가지 색상을 동시에 꼽은 것은 2016년의 컬러로 ‘로즈쿼츠’(Rose Quartz·연분홍)과 ‘세레니티’(Serenity·연하늘색)를 선정한데 이어 두 번째다. 팬톤도 코로나에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된,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단 하나의 색상으로 표현하기는 어려웠나보다.
5년 전에는 세계적으로 남성과 여성, 성(性)의 역할이 뒤바뀌고 혼재되는 유니섹스(Unisex)적인 시대상을 반영해 연분홍과 연하늘색을 올해의 색으로 꼽았다. 색상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열린 안목을 갖긴 바란다는 의미가 담겼었다.
그렇다면 올해의 색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암울한 시대에 희망을’, 트렌드보다는 메시지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얼티미트 그레이는 바닷가 조약돌 색이다. 거센 풍파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조약돌처럼 견고하며 신뢰할 수 있는 요소를 상징한다. 밝은 노란색인 일루미네이팅은 태양의 힘이 쓰며든 것 같은 따뜻함이 특징이다.
사실 이 세상에 정확히 나와 같은 사람은 없다. 비슷하게 닮았을 뿐. 오히려 ‘다름’이 정상이다. 그 다름이 팬톤이 정한 올해의 색처럼 각각으로도 훌륭하지만 조화를 이루면 더 아름다워지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올해는 ‘타시아비’(他是我非)의 마음으로 임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