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사치' 아닌 '모두의 행복'으로… 거리의 예술, 거리를 없애다

'스트리트 아트'에 담긴 지향점
'선한 영향력 나눔' 모토로 한 '갤러리선'
그라피티 전시회 통해 대중과 소통 의지
세계적 아티스트 6인의 작품 80여점
비주류 선입견 깨고 따뜻한 메시지 전해
  • 등록 2021-03-03 오전 6:00:00

    수정 2021-03-03 오전 6:00:00

2일 서울 중구 KG타워 갤러리선에서 연 개관식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스트리트 아트’ 전을 둘러보며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윤기백 김은비 기자] “굉장히 ‘영’한 느낌이 들었다. 딱딱하고 무거운 작품으로 스타트를 끊을 거라 생각했는데, 대중적이면서도 힙한 장르로 주목받는 ‘스트리트 아트’로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갤러리선이 앞으로 보여줄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팝아티스트 낸시랭은 이데일리문화재단이 2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갤러리선에서 연 개관전 ‘스트리트 아트’ 전을 관람한 뒤 이렇게 평했다. 갤러리선의 젊은 안목을 극찬한 낸시랭은 “스트리트 아트 자체가 추상적이지 않고 명확한 메시지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젊은 층이 열광할 전시”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갤러리선은 예술과 문화의 ‘선’한 영향력을 대중과 함께 나누는 것을 모토로 삼는다. 태양처럼 빛나는 개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덕분에 자칫 경직돼 보일 수 있는 순수미술보다는 자유분방한 거리예술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갤러리선의 시작을 알린 ‘스트리트 아트’는 거리를 팔레트로, 스프레이를 붓으로, 자유와 저항을 담은 메시지를 담아낸, 미술계에서도 가장 ‘힙’한 장르로 손꼽힌다.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비판, 물신숭배의 정신에 대한 반발 등 사회적 메시지를 마치 ‘낙서’처럼 거리 곳곳에 펼쳐낸다. ‘새기고 긁다’에 어원을 둔, 분무(스프레이) 페인트를 도구로 삼은 ‘그라피티’는 그 한 영역. 그러다보니 이 장르를 힙합의 한 갈래로 보는 시각도 있다.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그룹 세븐틴의 멤버 디에잇은 “처음 힙합 문화에 빠지면서 춤을 배우던 기억이 있다보니 그 한 갈래로 여겨지는 그라피티 아트 역시 자연스레 접한 기억이 있다”며 “그라피티는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고 이번 개관전에 흥미를 전하기도 했다.

개관전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6인의 작품 80여점을 선보인다. ‘오베이 브랜드’로 스트리트 아트에 포스터·스티커 기법을 들인 셰퍼드 페어리, 프랑스 레종드뇌르를 수훈한 존 원, 키스 해링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존 마토스 크래시, 유명브랜드 로고에 물감을 흘리는 기법으로 자본의 속성을 비판한 제우스, 폐자재에 초상을 새겨넣는 작업으로 유명한 빌스 등의 작품을 모았다. 특히 창작 30주년을 기념한 셰퍼드 페어리의 연작과 디즈니랜드를 패러디한 ‘디즈멀랜드’(Dismaland)로 현실을 풍자한 뱅크시의 작품들은 빼놓을 수 없는 감상 포인트다.

팝아티스트 낸시랭이 2일 서울 중구 KG타워 갤러리선에서 연 ‘스트리트 아트’ 전에서 전시아티스트 6인 중 한 명인 ‘제우스’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은 갤러리선이 소개한 ‘스트리트 아트’의 특별한 매력에 주목했다. 정용석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회장은 “스트리트 아트는 소수 상류층이 아닌 모든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예술의 출발점이자 급변하는 격동의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한 예술이란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며 “젊은이를 중심으로 스트리트 아트가 굉장히 유행 중인데, 이번 전시는 그들과 소통하려는 갤러리선의 의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김도일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거리예술이 액자에 옮겨져 공간 안으로 들어왔다”고 표현했다. 김 대표는 “세계적인 스트리트 아트 작가들의 작품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했다”며 “사실 거리에서 보는 게 제맛이지만, 거리와는 다르게 작품에 담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극찬했다.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스트리트 아트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금껏 스트리트 아트는 사회저항적이란 인식이 강해서 부담스럽고 기괴하다는 편견이 있었다”며 “갤러리선 개관전에서 만난 스트리트 아트는 따뜻한 느낌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술이 주는 가치가 사람들의 삶을 선도한다는 것에 있는데 이번 전시로 스트리트 아트의 발전 가능성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비주류 장르로 여겨왔던 스트리트 아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개관전이 스트리트 아트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렸다면, 다음 단계에서는 대중예술의 한 장르로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치미술작가 배수영은 “스트리트 아트 작품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낙서 같은 해외작가 작품을 왜 굳이 가져와서 전시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갤러리선이 스트리트 아트란 장르를 널리 알리고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보다 쉽게 알려줬으면 한다”며 “이를 통해 한국 스트리트 아트 작가들의 활동영역이 넓어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또 “이번 전시를 통해 길거리 곳곳에 있는 그라피티 작품을 지나치지 않고 한 번 더 눈여겨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스트리트 아트의 활성화는 물론 공공미술로서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갤러리선이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낸시랭도 “많은 사람이 갤러리를 찾아 작품을 보고 즐기며 영감을 받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2억 괴물
  • 아빠 최고!
  • 이엘 '파격 시스루 패션'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