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의 IT세상]디지털로 환골탈태한 라디오

  • 등록 2021-02-25 오전 6:00:00

    수정 2021-02-25 오전 6:00:00

[김지현 IT 칼럼니스트] 30·40대 중년이라면 저마다 즐겨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의 시그널 음악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야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조용한 도서실 자리에서, 불끄고 누운 침대 위에서 듣던 나만의 라디오 방송에 대한 추억이 있다. 같은 시간 같은 방송을 듣는 청취자들이 올린 사연과 신청곡을 들으면서 같은 시대를 사는 비슷한 또래의 생각과 고민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지금 10·20대에게는 즐겨 보고 듣는 유투브, 트위치, 팟캐스트가 그런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 라이브는 영상 중심이라 무겁고 팟캐스트는 다시듣기 중심이라 소통이 단절된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그런 한계 속에서 클럽하우스라는 아이폰 앱이 새로운 오디오 SNS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월1일 테슬라 CEO 앨런머스크가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5000명이 넘는 청취자들과 소통했다. 그러면서 국내에도 이 앱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입자가 늘어나며 잊혀진 라디오의 향수를 디지털로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클럽하우스는 누구나 방을 만들어 지인을 초대하고, 해당 방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디지털 라디오이다. 이렇게 채팅방을 만들어 이야기를 나누는 서비스는 이미 카카오톡의 오픈채팅이나 줌, 그리고 하우스파티와 같은 앱을 이용해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클럽하우스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특정 영역의 전문가, 셀럽이 참여해 방송을 하며 대중적 호응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IT, 비즈니스, 음악, 문화, 투자, 정치 등의 다양한 분야에 활동하는 유명인들이 참여함으로써 이들의 팬도 덩달아 가입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라이브 팟캐스트에 최적화된 UI 덕분에 라디오의 향수를 디지털로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여러 기능이 복합적으로 제공되면서 그 속에서 라이브 팟캐스트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한 기존 앱이나 지인들과의 수다에 집중된 하우스파티와 같은 앱과 달리 클럽하우스는 특정 주제와 셀럽의 이야기를 듣는데 화면과 기능 구성이 집중되어 있다. 앱을 실행하면 현재 개설된 다양한 주제의 방들이 나열되고, 팔로워들 중에서 현재 클럽하우스에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의 명단을 볼 수 있다. 방에 입장하면, 개설한 스피커와 함께 무대에 올라와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 명단이 나타나고 이어서 개설한 스피커를 팔로우하는 사람들의 명단과 경청 중인 청취자들을 볼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발언에 참여하면 음성이 섞여 혼란이 있어 발언권은 개설한 사람에게 손을 흔들어 요청할 수 있다.

이렇게 오직 함께 수다, 잡담, 토론을 하는데 최적화되어 새로운 SNS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 1년도 안된데다 iOS 버전만 초대장 기반으로만 가입할 수 있는 제한된 서비스인데도 1조원의 밸류에이션으로 추가 투자를 받고 있을만큼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오디오에 기댄 SNS는 그저 잠시의 유행을 넘어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한마디로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처럼 메가 트래픽을 만들어내는 킬러앱으로의 성장이 가능한 것일까.

그간 보는 미디어의 진화는 하드웨어적으로나 소프트웨어적으로 끊임없이 진화가 있었다. TV에서 PC, 스마트폰, 태블릿 그리고 IPTV와 아프리카TV, 유투브, 트위치, 넷플릭스 등으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런데 듣는 미디어는 그에 비해 진화의 깊이나 속도가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라디오 이후 워크맨, MP3P, 에어팟(블루투스 이어셋) 그리고 아이튠즈, 멜론, 팟캐스트 정도이다. 그런데 하루 일상에서 보는 것 못지 않게 듣는 것에 빠져 있는 시간은 만만치 않다. 거리에서, 카페에서, 차량에서, 책상에서, 침대에서 듣는데 열중한다. 그런만큼 듣는 서비스에 대한 진화의 필요성은 상당하다.

그런 와중에 클럽하우스는 듣는 미디어에 대한 변화를 원하는 사용자들의 가려움을 긁어주었다. 한마디로 라디오가 디지털로 환골탈태한 셈이다. TV가 유투브로 바뀐 것처럼 클럽하우스는 듣는 미디어의 전성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클럽하우스가 주는 매력은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전문가 그리고 셀럽, 일반인들 여러 사람들의 식견을 청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이다. 특히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과 누구나 스피커가 되고 청취자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팔로우한 사람을 즉시 초대해서 함께 대화의 장에 이끌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비디오로 콘텐츠를 중계하고 카메라를 열고 참여하는 것보다 가볍게 부담없이 목소리만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접근성을 높여주고 있다. 영상이나 글, 사진보다 음성은 사전 준비가 필요없고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도 적기에 누구나 편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딱 그 시간에만 참여해야 들을 수 있다는 라이브, 즉 동기식 커뮤니티라는 점도 몰입감을 주는 요소이다.

이미 클럽하우스에는 정치, 시사, 경제, 기술 등 전문적인 주제 뿐 아니라 여행이나 잡담, 음악, 데이트 상대를 구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방들이 만들어져 수 많은 대화들이 오가고 있다. 일어나자마자 클럽하우스에 연결해 라디오 듣듯이 관심 분야의 방에 들어가고, 출근길과 일하면서, 공부하면서, 퇴근하며, 잠자기 전에 음악 방송 틀듯이 클럽하우스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SMS가 카카오톡으로, TV가 유투브와 넷플릭스로 진화되는 과정 속에서 비즈니스 모델도 다변화되고 혁신된 것처럼 클럽하우스 역시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TV처럼 클럽하우스 스피커에게 별풍선을 줄 수도, 전문 분야 방송의 유료화, 라이브를 녹음화해서 제공하는 것에 대한 유료 아이템과 청취 내역과 선호 주제 기반의 광고 방송과 오디오 쇼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BM이 적용, 실험되어 갈 것이다. 특히 듣는 미디어에 최적화된 기기인 스마트 스피커에도 적용되면 서비스 대상이 확장되면서 지금 상상하지 못할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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