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에는 대선기획단도 출범한다. 그동안 수면 아래서 논의되던 경선 연기론은 격화될 수밖에 없다. 정 전총리가 출마를 선언한 이날 경선 연기 움직임은 빨라졌다. ‘비 이재명’ 측 의원 60여명이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이들은 “경선 연기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를 요구한다”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송영길 대표가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저지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풀이된다.
‘비 이재명’ 측은 코로나19 상황을 ‘상당한 사유’로 해석한다. 또 당헌 개정 없이도 일정 연기는 가능하기에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이재명 측은 “원칙대로”를 주장하고 있다. 앞서 이 지사는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이들을 ‘가짜 약장수’로 지칭했다. 연기론을 둘러싼 내부 갈등은 폭발 직전으로 치닫는 셈이다.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경우 당내 혼선은 물론 민심 이반까지 각오해야 한다.
여기에 이준석 현상은 국민의힘에 대한 인식마저 바꿔놓고 있다. 보수 지지층은 30대 당대표로 선택하는 결단을 내렸다. 꼴통, 꼰대, 태극기로 상징되던 부정적 이미지는 혁신 정당으로 면모를 바꿔가고 있다. 최근 늘어난 신규 당원 2만3,000여명은 달라진 국민의힘 위상을 반영한다. 이 가운데 40%는 20대 남성이다. 민주당 지지 세력으로 여겨졌던 ‘이남자’마저 빨아들이며 국민의힘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자기부정에 가까울 만큼 변화하는 반면 민주당은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다. 4.7재보궐 이후 “조국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주장했던 초선의원 5명은 ‘초선 5적’ 프레임에 갇혀 제압당했다. 또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도 강고한 친문 벽을 보여줬다. 정권교체를 위해 발 빠르게 변모하는 국민의힘과 비교하면 정체된 모습이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러다 꼰대, 불통 이미지가 역전되는 건 아닌가 하는 조바심마저 있다.
전쟁은 두 번 싸운다는 말이 있다. 한 번은 전쟁터, 다른 한 번은 기억에서다. 경선 연기 또한 두 차례 파고가 예상된다. 한 번은 당내 여론, 다른 한 번은 국민 공감대 확보다. 23일 경선 후보 등록을 앞두고 경선 연기 주장은 격화될 게 빤하다. 서둘러 매듭짓되 민심을 바탕에 두어야 한다. 대선 주자들 또한 자기 합리화에서 벗어나 경선 연기가 민심과 시대정신에 부응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