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소설]사람들이 일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돈 때문이 아니라면

美 8월 신규 고용 23.5만명…전망치 72.8만명 하회
임금은 전월비 0.56% 올라 전망치 2배 상회
"코로나가 사람들의 행태 바꾼 것 아닌가 생각"
"전쟁·전염병 뒤 소비욕구·정치적 격변 뒤따른 역사"
  • 등록 2021-09-17 오전 8:29:27

    수정 2021-09-17 오전 8:29:27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작가들은 시대의 변화를 어떤 과학적, 통계적 분석도 없이 온몸으로 느끼고 생생하게 표현합니다. 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이란 죽음의 고비를 넘겼을 때부터 대공황 전까지의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를 살던 작가들이 딱 그랬습니다. 이 1920년대를 ‘위대한 개츠비’에 녹인 스콧 피츠제럴드는 그때 당시 젊은이들의 모습을 “모든 슬픈 젊은이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T.S 엘리엇은 ‘황무지(The Waste Land)’라는 시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며 히스테릭적인 향락과 소비의 시대를 묘사했습니다.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바꿔놓고 있다고 평가됩니다. 대공황 전과 같은 강도는 아니라 할지라도 죽음이란 공포, 고립 등의 스트레스는 같은 종류입니다. 100년 전처럼 집단의 심리가 변화되고 있을 가능성이 언급됩니다. 인플레이션 논란의 쟁점인 사람들이 일자리 복귀를 미루고 있는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 안 하려는 사람들

미국의 8월 고용지표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수는 23만5000만명을 기록했는데, 월가의 전망치 평균은 72만8000명이었습니다. 가장 낮은 예상치 37만5000만명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계절조정으로 인한 왜곡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재확산 및 휴가철 마무리로 레저접객 고용이 8월 정체됐다”며 “미국 노동통계국은 보도자료에서 계절조정이 최근 교육 관련 고용지표에 왜곡된 결과를 낳게 했다고 지목, 교직원 고용은 7월에 크게 늘었으나 개학 진행 중인 8월 오히려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이 정작 주목한 건 고용 쇼크보다는 높은 임금상승률과 그 이유였습니다. 발표일인 3일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약 3bp(1bp=0.01%p) 오른 1.32%로 마감했습니다. 고용 부진에 의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연기가 아닌, 임금이 오른 데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전월 대비 8월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은 0.56%로 예측치인 0.3%를 약 2배 상회했습니다. 경기가 호황이라 기업에서 사람들을 많이 뽑으려고 할 때 임금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신규 고용자가 적은 상황에서 임금 상승은 일자리는 많은데 노동자들이 일하러 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일부는 델타 변이의 영향을 지적할 것이며, 다른 이들은 구직자와 일자리를 매치시키지 못하는 노동시장의 오작동을 지적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람들이 일하지 않으려는 이유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이 있습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의 인식 변화 가능성을 얘기합니다. 그는 “왜 사람들이 일자리로 돌아오지 않는지는 전혀 쉽게 결론 내릴 문제는 아니다”며 “하지만 대부분 이동지수는 이전 수준에 회복한 반면 사무실 관련 지표들은 아직도 확진자가 일시적으로 급감했던 작년 여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코로나가 뭔가 사람들의 행태를 바꾼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과거에도 대규모 전쟁, 전염병 이후엔 인간들의 히스테릭한 변화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심리학 연구 결과들이 심심치 않게 존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쟁, 전염병 뒤 바뀌는 생각들

코로나가 무서워서, 개학하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 주식 투자로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코로나를 겪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의 변화가 일자리 미복귀의 원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역사적 기록을 살펴보면 전쟁이나 대규모 전염병과 같은 엄청난 비경제적 충격 뒤 외출과 소비욕구가 크게 확산하고 위기를 겪으며 개인과 기업의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며 레미제라블의 사례와 유사하게 정치적 격변이 뒤따르고 예측할 수 없는 경제적 결과가 초래됐다”고 전했습니다.

현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소비욕입니다.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국내 3사 백화점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9.8% 감소했지만, 명품 매출은 15.1% 증가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전체 명품 매출의 절반 이상을 2030세대가 차지했다고 전했습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전년 48.6%에서 65.8%로 명품에서 MZ세대의 매출 비중이 급증했습니다.

각국 정부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 중입니다. 중국은 다 같이 잘 살자는 ‘공동부유’란 기치 아래 경제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입니다. 독일에서는 26일 연방하원 총선거를 약 열흘 앞두고 진행된 한 여론조사 결과, 사민당이 26%를 얻어 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기독민주당과 기독사회당 연합 지지율 20%를 상회했습니다. 사민당은 확장적 재정지출과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학 전 의무 교육 등이 포함된 ‘아메리칸 패밀리 플랜’을 추진하고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세제 개편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최근의 일자리 미복귀 현상도 전염병을 겪은 뒤에 나타난 집단적 히스테리의 일환이라면, 인플레이션에 꽤 위협적입니다. 사람들이 “한 번뿐인 인생,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겠어”, “몇 년 더 일해서 무엇하리. 차라리 좀 일찍 은퇴해서 남은 인생 행복한 시간으로 채우겠어” 등의 생각 갖고 있다면, 실업급여가 중단됐다고 해서 일터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내리지 않는 임금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다만 코로나19는 기업의 생각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없어도 회사가 굴러간다는 자각이 있다는 것입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히려 기업 입장에선 굳이 사람들이 사무실에 나와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이번에 검증이 됐다”며 “로봇, 인공지능 도입 등은 노동 수요 자체를 떨어뜨리는 구조적인 것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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