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좋은 집 원하는 국민마음 무시했다간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욕망으로부터의 자유' 저자
  • 등록 2021-02-10 오전 6:00:00

    수정 2021-02-10 오전 6:00:00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즐거움은 또한 그 가운데 있다(飯疎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 논어, 述而15)”라는 안분지족 자세는 재물과 권세를 멀리 하라가 아니다. 의롭지 못한 부귀는 죗값을 치른다는 뜻이 숨어 있다. 의식주 안정부터 시작되는 인간의 욕망은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는 동기로 작용해 인류문명 발전 동력으로 작용하였다.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안락한 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 본능은 개인의 삶과 공동체 발전의 필요조건이다.

집값 안정 대책을 수시로 펼쳤지만 국민의 주거안정 염원을 비켜 가다 보니 정책의지와 반대 방향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했다.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사회적 요인을 두 가지로 대충 나눠 보자.

먼저 기술혁신에 따른 비약적 생산비 절감으로 21세기 들어 유동성을 팽창시켜도 일반물가는 오르지 않는 데다 실물생산부문으로 돈이 흐르지 않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경기부양으로 풀린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몰려들어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자산인플레이션(asset inflation) 현상으로 자산시장 충격이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졌다. 오늘날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급속한 재정적자 확대는 결국 유동성 팽창으로 연결되기 마련이어서 자산시장에 미칠 파장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자산 인플레이션에다 거품까지 더해지다가 붕괴되면서 경제위기로 진행된 사태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다.

다음은 패거리 문화, 편 가르기 사회로 변모하면서 자식을 좋은 동네와 우수학군에서 살게 하려는 성향이 부동산 양극화를 부추겼다. ‘가제, 붕어, 개구리로 살아도 되는데 왜 용이 되려고 발버둥 치느냐’고 빈정대는 훈계에다 ‘모두 다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는 비위 상하는 훈시가 시장을 덮쳤다. 그들의 의도와 반대로 한국인들은 어떻게 사느냐보다 어디 사느냐를 중요하게 여기며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한양으로 보내라”는 속담이 부활했다. 대학입학을 좌지우지하는 허위 인턴증명서를 ‘제비동네’에 가면 30만~50만원에 구할 수 있다는 가짜뉴스(?)가 돌기도 했다.

가격상승은 공급을 늘리라는 시장의 신호인데도 투기심리가 작용한 결과라고 속단하고 무서운 세금을 거두는 규제만능주의가 시장기능을 뒤엉키게 만들었다.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더 안락한 삶으로의 사다리가 흔들리면서 가진 자도 피곤하고 못 가진 자는 더욱 고통스럽다. 높은 세금과 거래비용으로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효과’와 부동산을 팔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인식이 퍼져 물량 순환이 막히게 되었다. 여과 없이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 3법이 전세살이 시민들을 더 고달프게 하는 사태를 보고 연간 7000억원이나 되는 천문학적 규모의 국회예산을 어디에 쓰는지 모른다는 의문이 들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동산은 끝났다’는 가설이 성립하려면 서민들의 삶이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기진맥진 곤죽 상태에 이르러야 가능하다. 인간의 욕망은 죽음 앞에서도 꿈틀거린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가격통제정책을 한강에 돌 던지듯 반복하니 오히려 불확실성이 조성되어 가격상승을 유도한 꼴이 되었다. 일각의 주장대로 부동산거래를 투기로 보고 매매차익을 불로소득으로 여겨 100% 과세한다면 어떻게 될까. 시장기능 왜곡으로 무기력한 ‘수용소군도’로 변하는 재앙을 막을 도리가 있을까.

뒤늦은 공급확대정책이 성공하려면 정부가 직접 공급하려 들지 말고 시장이 소비자가 원하는 주거공간을 공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쉬운 예로 ‘안락한 13평 아파트’는 오늘이 아니라 반세기 이전 1차 군사정부 시대 서민들의 로망이었다. 성급하게 성냥갑만 빼곡하게 쌓아 올리지 말고 녹지를 보호하며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 뉴욕, 런던, 동경과 경쟁하는 도시들을 만들어야 나라의 미래가 있다. 서두르면 다급한 사태가 또 재연되니 중장기 편익과 비용을 분석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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